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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삼킨 론스타, 배후가 한국인이라면?

입력 : 2015-05-15 21:28:24 수정 : 2015-05-15 21: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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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백 지음/레디앙/1만4000원
검은 머리 외국인/이시백 지음/레디앙/1만4000원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샀다가 2012년 되팔았다. 10년도 안 돼 배당금과 매각대금 등 4조7000억원을 챙겼다. 론스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국 정부의 방해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주장하는 손해액은 5조원을 웃도는 천문학적 규모였다. 이 소송의 첫 심리가 15일(현지시간)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가 있는 미국 워싱턴에서 시작됐다. 한국 정부가 재판에서 지면 5조원이란 막대한 돈이 빠져나갈 판이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입은 엉겁결에 이뤄진 측면이 크다. 당시 외환위기로 한국 재무관료들은 매우 당황해 있었다. ‘달러 유치’만이 살 길이라는 주장 속에 적잖은 무리수가 동원됐다. 론스타는 은행을 인수할 자격 자체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외환은행이 해외 기업에 넘겨야 할 정도로 부실 상태가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외환은행은 론스타에 팔렸다.

그런데 만약 외환은행 매입 당시 동원된 달러의 주인 상당수가 외국인을 가장한 한국인이라면? 그것도 당시 경제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고위 관료들과 거대 로펌이 론스타 돈줄과 연결돼 있었다면? 물론 이는 단지 추리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이시백 작가가 펴낸 ‘검은 머리 외국인’은 이 같은 부실 매각 사태를 모델로 쓴 소설이다. 책 어디에도 론스타나 한국인 관료의 이름은 없다. 그러나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외환은행 매각 건이 연상된다. 소설 속 인물이나 지명을 외환은행 매입 과정에 대입하면 딱 들어맞는다. 소설 속에서 자신들의 인맥을 동원해 탐욕스럽게 이익을 추구하는 고위 관료들의 행태,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초국적 자본가들, 이들과 엮인 대형 로펌 등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난다.

작가는 금융 용어와 체계를 공부하느라 머리카락이 하얗게 셌다면서, 어린 시절 소풍을 갔다가 ‘야바위꾼’에게 용돈과 간식을 몽땅 털린 일이 생각난다고 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금융이라는 것이 이렇게 복잡하고 다단한 게 보통 사람들은 감히 접근하지 못하는 철옹성을 쌓고, 그 안에서 화투짝으로 사과와 김밥을 홀려 대는 야바위를 하기 위함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밝혔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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