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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환갑 모친과의 세계 일주 인생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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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01 21:02:21 수정 : 2015-05-01 22: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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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또 다른 자신 발견하는 과정" 500일 母子 배낭여행기로 화제 여행작가 태원준 ‘배낭여행’은 ‘청춘’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배낭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주로 20·30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고정관념을 깬 용감한 모자(母子)가 있다. 어머니는 환갑의 나이에 배낭을 꾸렸고, 아들은 어머니와 동행하며 매일 여행기를 적었다. ‘키만 큰 30세 아들과 깡마른 60세 엄마, 미친 척 300일간 세계를 누비다’란 문구를 단 그의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들은 또다시 배낭을 메고 중남미로 떠났다. 215일간이다. “어머니가 최고의 여행 메이트(친구)였다”고 말하는 태원준(33)씨를 최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태씨와 어머니의 첫 배낭여행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화 연출 보조 업무를 하던 태씨는 어머니의 환갑을 맞아 일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어머니에게 삶의 여유를 선물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길어야 두어 달 다녀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돌아와 꼽아본 모자의 여행 일은 300일. 들른 나라는 50개국이다.

여행작가 태원준씨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힘들어하셔서 여행으로 즐겁게 해드리고 싶었다”며 “어머니가 여행이 힘들다고 하면 돌아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여행이 길어질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길어야 두세 달 정도로 예상했다”고 회상했다.

책의 단초가 됐지만 여행 블로그도 원래 그 목적이 아니었다. 태씨는 “주변에서 어머니 건강 걱정을 많이 해서 ‘우리 잘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매일 여행기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볍게’ 중국에서 시작한 여행은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 동유럽, 서유럽으로 이어졌다. 그의 특별한 여행기는 네티즌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고, 블로그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책까지 내게 됐다. 그의 책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와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는 현재 중국과 대만에서도 출간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도네시아에도 판권이 팔린 상태다. 여행을 다녀온 뒤 직장에 들어갔던 태씨는 책의 인기가 높아져 강연 요청 등이 쇄도하자 일을 그만두고 아예 전업 여행작가가 됐다. 어머니와의 여행이 그의 인생도 바꾼 셈이다.

어릴때부터 어머니에게 살가웠던 아들이었지만, 함께 여행한다는 것은 그에게 또 다른 도전이었다. 자기만족을 위한 여행은 어느 정도 포기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태씨는 “어머니 체력에 맞추다 보니 혼자 다닐 때와는 여행 양이 달랐고, 계획도 구체적으로 짜야 했다.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나는 나중에 다시 올 수 있다’란 생각으로 최대한 어머니한테 맞췄다”며 “그래서 5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로맨스’ 기회도 없었다”며 웃었다.

태원준씨가 지난 1월 중남미를 여행하던 중 페루 마추픽추에서 어머니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태원준씨 제공
해외여행 경험이 거의 없는 어머니와, 그것도 호텔이 아닌 현지인의 집에 머무는 ‘카우치 서핑’을 통해 장기간 여행을 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부담이 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행은 힘든 만큼 더 특별한 선물을 남겼다. 그는 이를 “어머니를 처음으로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태씨는 “24시간 붙어있다 보면 그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머니는 내가 지금껏 알고 있는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어머니와의 관계에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는 건 아니지만 여행이 우리의 ‘연결고리’가 됐다.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많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이런 즐거움은 지난해 또다시 여행을 떠나는 원동력이 됐다. 태씨는 “유라시아 여행 책이 나온 뒤 어머니가 인터뷰를 할 때면 ‘남미에 가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언젠가 같이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계속 미뤘다”며 “이렇게 미루다간 평생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에 결단을 내리고 떠났다”고 말했다. 태씨는 “어머니가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북극, 남극만 가면 되겠다’고 말한다. 몇 년 뒤에는 북극과 남극에 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지난달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현재 중남미 여행기를 담은 세 번째 책을 쓰고 있다. 태씨는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고 부담감도 들지만 제 책을 보고 부모님과 여행을 떠났다는 사람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태씨는 “어떤 장소를 가고 싶다기보다 ‘여행할 때의 나’가 그리워 자꾸 떠나는 것 같다. 여행을 하는 동안 평소와 다른 내 모습을 발견하는데, 다녀온 뒤엔 그때의 내 모습이 그리워진다”며 “많은 이들이 ‘떠나고 싶은데 망설여진다’고 하지만 막상 떠나보면 여행 전에 했던 걱정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에 찌든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여행을 다녀온 뒤 즐거웠다는 사람은 많지만 후회했다는 사람은 찾기 어렵잖아요. 일단 한번 떠나보세요.”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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