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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도·학습장애아도 태아의 뇌에서부터 결정
디크 스왑 지음/신순림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우리는 우리뇌다/디크 스왑 지음/신순림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현대 과학이 풀지 못하는 난제 두 가지를 꼽으라면 우주의 기원과 인간의 뇌를 규명하는 일일 것이다. 현대 의학은 인간의 뇌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1000억개 세포와 그 10배로 추정되는 아교세포로 이뤄진 뇌를 규명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0년 동안 네델란드 국립뇌연구소장을 지낸 세계적인 뇌 과학자 디크 스왑(Dick Swaab·71)은 ‘우리는 우리뇌다’에서 최신 뇌 연구 성과들을 소개하면서 독특한 이론을 편다.

스왑에 따르면 뇌의 일대기는 자궁 안에서 시작된다. 태아의 뇌가 자궁 안에서 하는 역할은 출생 이후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출산 때 태아와 산모의 뇌가 원활하게 상호작용을 하지 못하면 출산은 난산으로 이어진다. 분만이 지연되는 건 태아의 뇌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뇌증 아이들의 절반은 출산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는 분만하는 동안 아이의 뇌가 원활하게 기능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태아의 뇌는 성인기 비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1945년 네덜란드인들은 혹독한 굶주림에 시달렸다. 이 시기를 자궁 안에서 보내다 태어난 아이들은 비만증을 겪는 경향을 보였다.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태아의 시상하부는 영양분 부족을 인지하고 섭취된 모든 칼로리를 저장하도록 신체를 조절한다. 이들이 나중에 먹을 게 넘치는 환경에 살게 되면 비만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인간은 자궁 안에서 성장하는 동안 이루어진 프로그래밍의 조합을 통해 형성된 유일무이한 뇌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 한 인간의 성격적 특성, 재능, 한계 등은 대부분 이때 결정된다.

저자는 인간 뇌 특성의 대부분은 선천적이라는 논리를 전개한다. 후천적 노력으로 사람의 성격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는 주장이다. 사회적 환경도 중요하지만 모태기 뇌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작용이 더 결정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애정이 넘치고 안전하고 건전한 자극이 주어지는 자궁 환경 속에서 성장한 아기의 뇌는 더 발달한다.

이런 맥락에서 동성애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사회가 성적 취향을 바꾸라고 강요한다고 해서 바뀔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 정체성은 임신 후반기 어머니 자궁 안에서 확정된다. 여아와 달리 남아는 이 시기 고농도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한다. 이 단계에서 인간의 성 정체성이 뇌 구조 속에 고착되며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동성애자와 이성애자의 뇌 사이에는 애초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 출생 후 환경은 여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동성애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생각은 동성애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준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동성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1980년대까지의 뇌 이론은 아이가 백지상태로 태어난 뒤 사회적 영향과 학습 과정을 통해 남성적이거나 여성적인 방향으로 유도된다고 봤다. 이런 생각은 종종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 히틀러는 동성애가 페스트처럼 전염된다고 생각했고 이는 재앙을 불렀다. 나치는 처음에는 동성애자들이 자발적으로 거세하게 했고 나중에는 강제로 거세했다. 결국에는 이들을 강제수용소에서 학살했다. 

저자는 특히 학습장애를 갖고 태어난 청소년들이 무한경쟁에 노출된 사회, 그리고 뇌가 정상적으로 발달할 것을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의 삶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선천적 특성을 인간 의지로 바꿀 수 있다는 사회공학적 믿음과 신념은 언제든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동성애 옹호론자는 아니다. 선천적인 뇌를 물려받은 인간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인위적으로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다.

스왑은 또 조깅이나 등산처럼 땀을 흘리고 헐떡이는 운동이 반드시 몸에 좋은 건 아니라고 충고한다. 몸을 많이 쓰면, 즉 신체의 신진대사 양이 많아지면 수명은 더 짧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도의 기량을 필요로 하는 운동을 직접 하는 것보다는 관람하는 편이 건강에 이롭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우리에게 종교가 없다면 더 행복할 것”이라면서 “진짜 그리스도와 망아 상태의 정신병자를 구분할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들은 아직 이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면서 책을 끝맺는다. 저자가 펼치는 갖가지 뇌 이론에는 우리의 통념과 배치되는 대목이 적지 않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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