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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프랑스 '행동하는 지성' 앙드레 말로의 치열했던 삶과 문학

입력 : 2015-05-02 03:25:49 수정 : 2015-05-02 03:2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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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1차 세계대전 목격
20대엔 베트남 해방운동으로
첫 사회 참여… 늘 격동의 현장에
스페인 내전·사회주의 혁명
2차대전 레지스탕스 운동 등
직접 체험들 문학작품으로 승화
장 라쿠튀르 지음/김화영 옮김/김영사/2만5000원
앙드레 말로 평전/장 라쿠튀르 지음/김화영 옮김/김영사/2만5000원


책은 자신이 산 시대를 평가한, 은유적이지만 적확한 앙드레 말로의 말로 시작한다.

“우리의 20대와 우리 스승들의 20대를 구별해주는 것은 역사라는 존재였다.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세대는 우선 죽음을 당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 세대의 벌판 위로는 역사가 탱크처럼 마구 휩쓸고 지나갔다.”

그는 20세기가 시작되는 1901년에 태어났고, 사춘기 시절 1차 세계대전을 목격했다. 러시아혁명과 무솔리니의 출현도 10대 시절을 관통한 사건이었다. “반항과 거부 혹은 행동의 열병에 사로잡히기에 어렵지 않은” 시간을 보낸 것은 세계 곳곳 역사의 현장에 항상 말로를 있게 했던 배경이었을 것이다.

첫 번째 사회 참여가 있었던 곳은 프랑스 식민지였던 베트남 호찌민(사이공)이었다. 1924년 무렵 식민지의 진상을 알게 된 그는 ‘안남(베트남) 해방운동’ 인사들과 알게 되었고, 이들에 매료돼 관료, 법관, 신문기자 등 식민지 질서의 수호자들에게 분노를 느꼈다. 말로는 ‘랭도신’이라는 이름의 신문을 만들었다. 당시 호찌민에서 랭도신은 “얼마 안 되지만 가치 있는 지성인”을 의미했다. 말로와 동료들은 투쟁적인 신문을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그렇게 했다. 정권의 막강한 실력자들을 공격하는 사설이 매일 1면에 실렸다. 총독과 그의 측근들, 농상공회의소 소장 등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격렬한 어조로 공격을 받았다. 그들에게 랭도신은 “실속 있는 맹종으로 이루어진 작은 세계 속에 재능과 대담성, 반보수주의와 무사무욕의 돌연한 출연”을 의미했기 때문에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로의 현실 참여는 치열했으나 프랑스로 돌아갈 때 얻어가지고 가는 건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 변화시킨 것도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말로 자신은 변했다. 분노하고 아파하며 핍박받는 베트남을 가슴에 품게 되었다. 말로의 아내 클라라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우리는 참으로 인간과 사건에 몸을 부딪쳤고, 우리 자신이 불러일으키고 우리가 당한 경험에 따라 다듬어졌다. … 그 남자(말로)는 … 세계를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그는 글을 통하여 세계에 자기의 비전을 강요하려는 것이었다.”

베트남을 비롯한 아시아에서의 경험은 ‘서양의 유혹’, ‘정복자’, ‘왕도’, ‘인간의 조건’ 등의 작품으로 이어졌다. 

앙드레 말로는 동서양을 넘나들며 반제국주의, 반파시즘 투쟁에 동참했고 프랑스 문화장관을 지냈다.
김영사 제공
저자는 이때의 경험을 소개한 장에 ‘심심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러나 이 심심풀이가 말로를 스페인전쟁의 불바다 속으로 불러들였고, 반파시스트 운동의 연단 위로, 모스크바로, 레지스탕스의 숲 속으로, 알자스 로렌의 격전지로 이끌었다.

번역을 맡은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말로에게 문학인, 지식인이 빠져들기 쉬운 개인의 감정들은 아예 처음부터 도외시당하거나, 아니면 운명의 거시적 차원으로 수렴되었다. 말로는 “오직 나 개인에게만 중요한 것이 무슨 중요성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책은 위대한 작가이자 행동하는 지성인을 대표하는 말로의 삶을 그의 작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헤아리고 있다. 저자는 말로의 가장 권위 있는 전기작가로 통한다. 프랑스어권의 대표적인 번역가인 김 교수의 유려하고 정교한 번역에도 신뢰가 가는 책이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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