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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함 이기는 첼로 소리…바그다드 테러현장 연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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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30 14:30:21 수정 : 2015-04-30 16: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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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카맣게 그을린 바닥과 건물 외벽. 곳곳에 드러난 철근만 앙상하게 남은 쇼핑몰은 전쟁이라도 겪은 듯 참담했다.

‘전쟁’이라는 표현, 달리 보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지난 28일(현지시각), 이라크 바그다드의 한 쇼핑몰 인근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일대가 초토화되고 수십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테러 발생 후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정장을 차려입은 한 남성이 쇼핑몰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조용히 지고 온 가방을 열더니 첼로를 꺼내고는 자리에 앉아 가만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광장 일대는 그가 울리는 첼로 소리로 가득 찼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남성을 바라봤고, 주변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이 남성은 자기가 가져온 첼로만 연주할 뿐이었다. 테러로 무너진 건물 앞 첼로 연주.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영화 ‘피아니스트’를 떠올리게 했다.

사람들의 귀를 사로잡는 첼로 연주가는 이라크 국립교향악단에서 지휘자로 활동했던 카림 와스피였다.

현장에서 와스피를 지켜본 한 시민은 “그것은 결코 누군가를 애도하는 음악이 아니었다”며 “테러로 우울해진 바그다드 시민들에게 ‘당신은 강하며 테러와 악마는 우리를 이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와스피의 첼로 연주 영상은 다른 시민이 촬영해 온라인에 게재하면서 급속히 퍼져나갔다. 영상은 그와 함께 교향악단에서 활동했던 동료들의 눈에도 띄었으며, 한 동료는 “나였다면 테러 현장에서 시민들을 달래는 연주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와스피의 행동을 극찬했다.

바그다드에서는 앞선 17일에도 공공장소와 노천시장 등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해 최소 3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아직 테러를 누가 저질렀는지 밝혀진 내용은 없으나, 일각에서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의 소행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IS가 지난해 이라크 북부와 서부 일대를 장악하면서 바그다드를 포함한 여러 곳에서 테러가 빈번히 발생했다는 게 이유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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