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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칼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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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6 21:05:56 수정 : 2015-04-26 21: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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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들, 그들 잣대로 역사 재편
‘홍산문명’도 주장하지 못하는 한국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丹齋)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추격 경제에서는 역사와 인문은 기술과 경영의 후 순위에 있었다. 그러나 창조경제에서는 문제를 푸는 기술과 경영보다 문제를 찾는 역사와 인문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

창조경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새로운 가치의 발굴이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는 인문과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구 인문과 역사에서 서구를 앞서는 가치를 만들기는 어렵다. 과거에서 미래로 연결되는 우리의 가치관 특히, 역사관의 정립이 중요한 이유다. ‘역사는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사관(史觀)과 사실의 결합이다’라는 역사학자 E H 카의 주장은 모든 역사는 자국 중심의 사관으로 기술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사실 강대국들은 예외없이 자국의 미래 국익을 위한 역사 기술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민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전자공학
독도 영유권 억지와 위안부의 부정에 이어 일본은 ‘임나일본부설’(任那日本府說·고대 일본이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설)까지 다시 자국 교과서에 기재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대륙 침략의 사전 작업으로 광개토대왕 비문 조작을 체계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중국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의 일부로 편입한 후 만리장성을 한반도 내의 황해도까지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 왜곡은 비단 일본과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는 몽골 피지배의 역사를 완전히 뒤집고 지우고 있다. 영국은 아메리카 인디언 대규모 학살의 역사를 은폐하고 마약 판매를 위한 아편전쟁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강대국은 모두 그들의 잣대로 역사를 재편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어떠한가. 중국과 일본에 대항해야 할 역사학계가 작년 단군조선의 실체를 간직한 홍산문명(紅山文明)을 중국에 바치는 문서를 해외에 보내고, 낙랑이 한반도에 있다는 식민사관으로 중국의 만리장성을 황해도까지 연장하는 근거를 제공했다. 일본은 광개토대왕비의 억지 해석으로 임나일본부를 주장하는데, 역사학계는 진서, 양서 등 수많은 중국 공식 사서에 엄연히 기재돼 있는 대륙의 백제, 고구려사도 부정하고 있다. 이러니 일국의 대통령 후보가 단군신화라고 얘기하며 국가의 기원을 훼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아닌가.

가장 첨예한 한사군(漢四郡)의 문제를 보자. 낙랑군은 진태강지리지(晉太康地理志) 등에 기록된 ‘낙랑군에 수성현이 있고 이곳에는 갈석산이 있고, 만리장성이 시작하는 곳이다’라는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 역사학계에서 주장하는 황해도 수안현에는 이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도 일치하지 않는다. 이는 실증사학이 아니라 식민사관의 연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국가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미래를 향한 국가 비전이다. 우선 북한의 붕괴를 상정해 보자. 중국은 일제의 식민사학을 근거로 북한의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국제 문서에는 한국의 역사는 한사군으로부터 시작한다는 내용이 다수라는 것은 불편한 진실이다. 역사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반영한다. 일본은 억지 주장임에도 독도 영유권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우리 역사의 연장이 분명한 홍산문명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역사의 제대로 된 복원을 통해 미래 한국의 비전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한사군의 위치를 바로잡고 홍산문명과 고조선의 관계를 밝히며 일제의 식민사관이 실체의 단군조선을 단군신화로 왜곡한 역사를 바로잡아야 한다. 또한 우리가 이룩한 찬란한 천문·지리·예술·철학 등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유라시안 네트워크의 허브 국가로 국가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것을 제안한다. 국가 미래를 위해 강단과 민족학자들의 열린 토론의 장이 반드시 개최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민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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