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과거사 문제다.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에서 과거사에 관해 어떤 말을 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22일 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 연설에 식민지배·침략에 대한 사죄를 넣지 않았다. 미 의회 연설에서도 과거사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언급하고 넘어간 뒤 8월 전후 70주년 담화(아베 담화)까지 그 기조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중·일 정상회담을 전격 개최한 뒤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총리는 외교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역사인식을 둘러싼 도발 행위를 하고 있다.
이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 민주·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25명이 그제 “아베 총리가 역사를 직시하면서 (식민지배·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공식적으로 재확인하고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연명 서한을 작성해 주미 일본대사에게 보냈다. 미 의회의 초당파적 대일 메시지여서 파장이 크다. 워싱턴의 한국·미국·중국·대만계 시민사회단체들도 연대해 아베 총리의 공개 사죄를 요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내게 일어난 일들을 용서할 수 없다”며 “죽기 전에 꼭 아베 총리가 사과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이제 우리 정부가 나설 때다. 미 의원들의 연판장을 비롯한 국제여론을 디딤돌로 삼으면 상황을 바꿀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일본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미국에 일본 역사인식의 문제점을 분명하게 전해 제동을 걸게 해야 한다.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문을 다시 들여다보고 문안을 다듬을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야 한다. 이번 아베 총리 방미는 우리 외교역량의 밑천을 드러내는 엄중한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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