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불펜, 내·외야수 1명씩 이탈
큰 투자없이 시작… 2승12패 쓴 맛

우익수 김사연, 중간 투수 심재민, 1루수 신명철이 14일 두산과의 홈 경기 도중 연이어 부상과 통증으로 교체됐다. 외국인 투수 필 어윈은 전날 훈련 도중 오른 손목을 다쳤다. 결국 조범현(사진) 케이티 감독은 14일 선발을 정대현으로 급하게 바꿨다. 어윈은 2주 휴식 진단을 받고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김사연은 상대 투수의 공에 맞아 왼손등 골절을 당했고, 8∼12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선발·중간 투수와 내·외야수가 한 명씩 빠지는 일은 어느 팀에나 악재다. 케이티 입장에서는 이 악재가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신생팀의 한계인 얇은 선수층을 두텁게 하려는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탓에 벌써 ‘밑천’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케이티는 2013년 1군에 진입한 제9구단 NC와 비교하면 전력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케이티는 지난겨울 마무리 투수 김사율, 유격수 박기혁, 2루수 박경수로 자유계약선수(FA) 최대 영입 가능 인원인 세 명을 채웠다. 총액 기준으로 630억여원이 쏟아진 지난 FA 시장에서 케이티가 이들에게 쓴 돈은 44억1000만원이다. FA는 검증된 선수를 데려와 일시에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내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케이티는 에이스 투수와 수준급 타자들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다른 팀보다 외국인 선수를 한 명 더 쓰는 신생팀 혜택도 받았지만 케이티가 필 어윈(45만달러), 앤디 시스코(32만달러), 크리스 옥스프링(20만달러) 등 세 명에게 주는 평균 32만3000달러는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외국인 투수 평균 연봉이다. 한국무대 베테랑 옥스프링만 첫 승을 올렸을 뿐 시스코는 15와 3분의 1이닝 12자책점, 어윈은 12와 3분의 1이닝 14자책점을 기록하는 등 신통치 않다.
확실한 투자 없이 야구판에 뛰어든 결과는 초라하다. 케이티는 신생구단 최다 개막 연패 기록인 11연패를 당하는 등 2승12패, 승률 0.143으로 최하위다. 케이티전에서 반드시 승수를 쌓으려는 상대팀들의 결기는 제쳐놓더라도 케이티 전력 자체가 허약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다.
반면 NC는 2013시즌을 앞두고 거포 이호준과 멀티 내야수 이현곤을 총액 30억5000만원에 FA로 영입했다. 이듬해에는 이종욱에게 50억원, 손시헌에게 30억원이라는 거액을 안기며 팀 전력을 수직 상승시키는 동시에 ‘끈끈하고 빠른 야구’의 팀 컬러도 정착시켰다. 이런 과감한 투자가 1군 진입 첫해 정규시즌 7위, 2년차 3위와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는 점은 케이티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유해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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