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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대 출신들의 '양다리'…신분 숨기고 로스쿨行

입력 : 2015-04-15 06:00:00 수정 : 2015-04-15 12: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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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간부, 세금으로 교육 받고 편법 휴직 후 변호사 시험 준비…일반대학원 함께 등록 ‘눈속임’
경찰대를 졸업한 A씨는 2015학년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시험에 응시해 서울시내 유명사립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A씨는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못해 수천만원의 반환금을 물어야 했지만 별다른 망설임 없이 경찰을 그만뒀다.

A씨는 “경찰대에 입학했지만 관료적인 조직의 내부 분위기 등에 회의를 느꼈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해 조직을 나오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경찰대 출신 간부들의 로스쿨 진학이 매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안과 국민 안전을 위해 혈세로 공부한 경찰 간부의 이탈이 심화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4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등에 따르면 경찰대 출신 로스쿨 입학자 수는 2009∼2012년 55명에서 2013년 한 해 15명, 지난해 30명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찰대는 로스쿨 입학자 출신대학 순위에서 건국대(30명)와 더불어 13위를 차지했다. 단순히 인원 수로만 비교하면 전체 로스쿨 입학자 중 1.4%밖에 안 되지만 경찰대의 정원이 120명(2014학년도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입학정원의 25%가 로스쿨로 진학한 셈이다.

로스쿨 진학 인원 수가 가장 많은 서울대는 지난해 417명이 입학했지만 전체 정원이 3000여명으로 입학정원의 14% 안팎에 그친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 경찰대에 간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대부분의 학생은 경찰직을 그만두고 로스쿨에 진학하지만 일부는 졸업 후 경찰에 적을 둔 채로 로스쿨에 다니기까지 했다.

감사원은 최근 경찰관 32명이 휴직하고 편법으로 로스쿨에 다닌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원은 로스쿨에 다니기 위해 휴직제도를 악용하는 경찰에 대해 감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경찰청에 통보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감사원 감사 후에도 경찰들은 여전히 로스쿨에 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B경정은 현재 휴직계를 내고 서울 유명사립대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경찰대 출신으로 의무복무기간 중인 지난해 이 대학에 입학한 C씨는 휴직 중 로스쿨을 다닌 사실이 적발된 후 경찰을 그만뒀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들이) 규정이 없어서 편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휴직하고 로스쿨을 다닐 수 있도록 규정을 보완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국가 치안과 안전에 기여하라고 국민 세금으로 교육한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자신의 적을 경찰에 두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한 것”이라며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개인의 잇속을 챙기려 한 것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대 출신이 경찰직을 그만두고 변호사 자격증을 따러 가는 상황에서 경찰청장이 ‘경찰도 (제도적으로) 로스쿨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반적인 조직 개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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