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박상옥 청문보고서' 대치…임명동의 표류

與 “朴 인준안 본회의 올려야…野 설득 안 되면 직권부의 요청”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지 72일 만에 가까스로 열려 검증을 끝냈으나 후폭풍은 계속됐다.

여야는 8일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놓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공방을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전날 적법 절차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마친 만큼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조속히 국회 본회의를 열어 인준 절차를 마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박 후보자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청문회 과정에서 더 커졌다고 주장하며 청문회 기간 연장과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새정치연합이 청문보고서 채택을 계속 거부하면 임명동의안 표류가 불가피해 두 달 가까운 대법관 공석 사태가 더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검사였던 안상수 창원시장(왼쪽 첫 번째)과 서울지검 형사2부 고등검찰관이었던 김동섭 변호사(〃 두 번째)가 7일 국회에서 열린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맨 오른쪽)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새누리당은 청문경과보고서를 단독 처리해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날짜를 지정하고 임명동의안의 본회의 직권 부의를 요청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을 새정치연합 이종걸 의원이 맡고 있어 새누리당 단독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 의장이 앞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강조하며 여야의 합의를 이끌어 내온 만큼 직권 부의 가능성도 희박하다. 정 의장은 앞서 이완구 국무총리의 임명동의안 직권 부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의장은 금명간 여야 지도부를 만나 청문보고서 채택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장 취임 이후 이어온 ‘절차적 민주주의’ 원칙을 이번에도 고수할지 주목된다.

야당은 새누리당의 전향적 입장 변화 없인 청문보고서 채택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특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사회권을 포기하지 않는 한 여당 단독처리는 불가능하다”며 “인사와 관련해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한 전례도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전해철 의원은 여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거론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회 청문회 제도와 대법관을 국회 동의로 임명하게 하는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상상조차도 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여야 지도부는 신경전을 이어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이 인사청문회를 하루 연장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며 “야당을 끝까지 설득해서 보고서를 채택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여의치 않으면 국회의장께 (인준안을) 자동 부의할 수 있도록 부탁한다”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청문회에서는 야당에서 주장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에 (박 후보가) 가담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얻지 못했다”며 “증거도 없이 무려 72일씩이나 대법관 공백 사태를 야기한 새정치연합은 책임을 져야 하고 청문보고서를 오늘 중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 민간봉사단체인 한국라이온스연합회 대표단과의 간담회를 시작하기 앞서 참석자와 환담하며 활짝 웃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정까지 청문회를 진행했으나 의혹과 부적격 의견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민주주의 진전에 획을 그은 박종철 사건의 수사검사가 대법관이 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것인 만큼 청문회 기간 연장은 너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걸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소속 특위 위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법무부는 모든 관계자료를 제출해 청문위원들이 충분히 열람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여당은 청문기간 연장을 통한 추가 청문회 개최에 동의하라”고 요구했다.

박영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