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대사가 왼손에 달고 다니는 이 보조기는 ‘다이내믹 핸드 스플린트’(Dynamic Hand Splint)다. 손가락 움직임이 가능한 일종의 플라스틱 깁스로 우리 말로는 ‘동적 보조기’라 한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3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착용 중인 왼손 치료 보조기 사진을 올렸다(사진 위). 리퍼트 대사는 이날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신차 시승행사에서도 ‘로봇 손’처럼 보이는 이 보조기를 착용하고 나타나 관심을 끌었다. 사진 = 연합뉴스 |
리퍼트 대사는 수술 후에 왼손 기능 회복을 위해서 4∼5주가량은 부목을 댄 고정기를 부착해야 하기에 각종 대외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를 치료 중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최윤락 정형외과 교수가 리퍼트 대사의 입장을 생각해 이 ‘로봇 손’을 제안, 착용하게 됐다. 최 교수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와 같은 환자가 오랜 시간 손가락을 못 움직이고 고정하면 힘줄이 굳거나 유착될 수 있다. 그렇다고 손가락 움직임이 잦으면 힘줄이 재파열될 수 있어 보조기를 착용하게 한다.
일반적인 경우 회복하려면 3∼6개월가량 걸리지만 이 장치를 하면 회복 기간을 앞당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리퍼트 대사는 동양인에 비해 체격도 훨씬 크기에 퇴원 전날 치수를 재 특별제작했다. 시중에 파는 것도 있지만, 환자 손가락의 크기와 힘, 손상 범위가 다르기에 맞춤제작을 많이 한다. 가격은 10여만원 선. 자상(刺傷)에 의해 힘줄이 파열됐거나 신경마비가 있는 손 부상환자가 대상이어서 착용 사례는 많지 않다.
최 교수는 “착용한 지 4주가 지났는데 대사가 지금까지 수칙을 잘 따라 회복상태가 양호하다”며 “일주일 후에는 보조기를 떼고 재활 치료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사관저 왕진에서 리퍼트 대사에게 “‘보조기가 로봇 손처럼 생겼다’고 하자 ‘엑스맨 영화의 울버린 핸드 같아 주먹을 쥐면 손에서 칼이 나올 것 같다’고 농담을 하며 보조기를 신기해했다”고 전했다.
현재 리퍼트 대사의 얼굴 상처 치유는 끝나 흉터 관리를 위해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최 교수와 함께 유대현 성형외과 교수, 인요한 국제진료센터 소장이 일주일에 한 번 대사관저를 찾아 회복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