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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월호法 시행령에 왜 눈물이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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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02 20:25:37 수정 : 2015-04-03 11: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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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샘에 이상이 있는지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눈물이 난다. 재판을 하다가 피고인 한 마디에 터지는 적도 있고, 이혼 사건 상담하다가도 정작 당사자는 멀쩡한데 혼자 울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면 눈물이 땅으로 뚝 떨어진다. 이런 나를 잘 아는 지인들이 말리기도 했지만 “능력도, 힘도 없는 나한테 이런 무거운 일이 돌아온 걸 보면, 하늘에서 아이들이 나에게 이렇게 보낸 건가 봐, 내가 뭐라고 그걸 못하겠다고 하겠어” 덜컥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 같지 않았다. 유가족 회의에서 위원 선출이 끝나고, 정당 추천 위원 선출 절차가 마무리되고 나서도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기 전 두 달이 그냥 흘렀다. 첫 회의를 하기도 전에 공무원이 포함된 설립준비단의 법적 근거 자체를 문제 삼는 기자회견이 등장했고, 세금도둑으로 불렸다. 공무원들은 부정확한 자료를 여당에 제공하고, 정식 발령을 받아 파견됐던 공무원들이 새벽에 파견 취소 공문을 받아들고 철수했다. 진작 제출했던 인사 관련 서류는 몇 주 동안 인사처에 쌓여 있다고 했다. 임명장은 대통령이 외국에 있을 날을 골라 건너 전달됐다.

김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변호사
보통은 위원회 출범 전에 만들어지는 시행령과 예산은 임명 절차보다도 더 늦어졌다. 설립준비단에서 정식으로 의결해 보낸 시행령안은 무시되고, 여당 추천 위원이 개인적으로 제출한 안을 기본으로 협의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위원회는 이미 다 한 조사를 다시 하겠다고 나서는 쓸모없는 기구로 전락했고,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구상을 위한 연구와 조사는 ‘외유 경비’쯤으로 치부됐다. 법률에 조사관 인원수까지 명시한 법 제정 취지는 무시되고, 상임위원의 지위 보장을 통해 위원회에 무게를 싣고 정부 부처를 제대로 조사하게 하겠다던 국민적 합의가 금세 ‘탐욕스런 집단의 세금 낭비’가 됐다.

압권은 지난달 27일 예고된 시행령안. 조사인력 직위가 너무 높아 문제라며 안전사회와 피해자 지원 부서의 지위를 확 낮춘다는 정부가 기획·행정부서에는 오히려 더 높은 공무원을 파견하겠다고 한다. 이렇게 파견되는 기획총괄실장은 위원회 업무를 모두 조정할 막강한 권한을 가지게 되고, 국회·대법원·변호사단체에서 추천한 상임위원이 진상규명·안전사회·지원 업무를 지휘한다는 규정은 말도 없이 삭제됐다. 심지어 1년 한시 기구에서 “정원은 120명인데 처음에는 90명”이란다. 이대로라면 위원회는 국민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기존 정부 조사 수준에 머무르게 돼 그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그야말로 세금만 쓰는 기구로 전락하는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동안 설마 설마 했다. 유독 세상 물정을 모르는 탓도 있겠지만 이 문제가 다름 아닌 세월호 참사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일까지 저렇게 나올 것이라고 의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시행령안을 받아들고 울컥하고 눈물이 버릇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 엉터리 시행령안을 폐기하고, 제대로 일하는 위원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 바닥에 눈물을 흘리는 대신 얼굴을 들고 하늘을 올려 보면서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김진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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