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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낮잠의 웃픈 진실

입력 : 2015-04-02 05:00:00 수정 : 2015-04-0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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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새벽에 출근해 밤늦게 퇴근하는 직장인들은 늘 잠이 부족해 낮에 졸기 일쑤입니다. 그렇지만 정말 수면부족 때문에 졸린 걸까요.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적습니다. 잠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데요. 수면무호흡증이나 밤에 찾아오는 다리 통증은 질병의 신호일 지도 모릅니다. 낮 졸음을 방치하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낮잠의 효과에 대해 살펴 봤습니다.

#. 직장인 김모씨는 보통 평일 오전 8시까지 출근해 야근이나 회식까지 하고 나면, 다음날 온몸이 이른바 ‘녹초’가 된다. 김씨는 “점심시간 어떻게든 눈을 붙여야 하는데, 이럴 때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며 “이왕이면 사람들이 몰려 시끄럽지도, 상사들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 공간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45~60분의 낮잠이 기억력을 5배 가량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독일 자르란트 대학 신경심리학 실험실의 알레스 메클링거 박사는 대학생 41명을 대상으로, 단일 단어 90개와 전혀 연관이 없는 두 단어를 쌍으로 묶은 말(우유-택시 등) 120개를 외우도록 하고 즉시 기억력 테스트를 시행했다.

이어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90분까지 낮잠을 자도록 하고, 나머지 그룹은 DVD를 보게 한 뒤 다시 기억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낮잠 그룹은 잠이 든 사이에 뇌전도(EEG)를 통해 두뇌의 활동을 관찰했다. 특히 기억의 응고화(memory consolidation)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기억중추 해마(海馬)의 수면방추(sleep spindle) 활동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수면방추는 REM(급속안구운동)수면 주기에 방출되는 뇌파로 정보를 장기기억에 저장한다. 기억력 테스트에서는 45~60분 낮잠을 잔 그룹이 DVD를 본 그룹에 비해 두 단어 묶은 말을 기억해 내는 능력이 거의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단일 단어를 기억하는 ‘항목기억(item memory)’은 낮잠과 연관이 없었다. 이는 낮잠이 서로 연관이 없는 항목의 연관성을 기억하는 ‘연관기억(associate memory)’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메클링거 박사는 설명했다.

뇌전도 분석에서는 수면방추 뇌파 수가 많을수록 학습과 기억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면방추가 기억, 특히 연관기억의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이론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메클링거 박사는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습-기억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Learning and Memory) 최신호에 발표됐다.

유럽이나 남미의 일부 국가들처럼 공식적인 낮잠을 한국에 도입하자는 의견에 직장인 상당수가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리서치기업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최근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설문조사에서 61.8%가 이같이 답했다. 반대한다는 응답은 20%, 잘 모르겠다는 답변은 18.2%를 기록했다. 낮잠 시간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자의 비중은 사원급에서 71%로 가장 높았고, 직급이 올라갈수록 낮아져 부장급에서는 48.9%로 줄었다.

근무 도중 잠이 쏟아질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커피나 담배 등으로 각성효과를 얻는다’는 응답이 50.6%로 가장 많았다. ▲산책·스트레칭 등 운동으로 몸을 푼다(19%) ▲동료들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쪽잠을 잔다(15%) ▲무조건 정신력으로 버틴다(12.8%) 등의 순이었다. 응답자 중 1.2%는 ‘근무 도중 졸렸던 적이 없다’고 했다.

잠을 깨기 위해 각성효과에 의존한다는 답변은 과장급(61.9%)에서, 운동을 한다는 응답은 임원급(32.1%)에서 가장 많이 나왔다.

대다수 직장인이 춘곤증으로 애를 먹었던 경험이 있어서일까. 직장에서 꾸벅꾸벅 조는 후배를 보면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는 너그럽게 넘어가준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해하고 눈감아준다’는 응답자가 54.2%로 가장 많았고, ‘부드럽게 깨워준다’가 35.4%로 뒤를 이었다. ‘따끔하게 혼낸다’와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다’는 답변은 각각 4%, 0.4%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이웃 나라 일본 기업들이 직원들의 낮잠 재우기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일을 강요해도 모자랄 기업들이 이러고 있는 건 평소 잠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인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여 ‘짧고 굵게’ 일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지난 2013년 9월 발표한 국가별 수면 연구에 따르면, 일본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22분이다. 조사 대상인 ▲멕시코(7시간6분) ▲캐나다(7시간3분) ▲독일(7시간1분) ▲영국(6시간49분) ▲미국(6시간31분) 등 6개국 중 가장 짧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10여년 만에 ‘건강 증진을 위한 수면 지침’을 발표하고 “오후 시간에 30분 정도 짧은 잠을 자는 것은 작업 능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며 잠을 권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권고가 나왔을 땐 직원들의 근면 성실함을 중요시 여기는 일본 기업 분위기상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일본 월간 ‘R25’ 온라인판은 일본에서 ‘낮잠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낮잠이 피로를 회복하고 일의 능률을 올리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모든 사람이 꼭 낮잠을 자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특히 평소에 불면증이 있는 사람은 낮잠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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