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S 스토리] 낭만은 옛말…"스펙 쌓자" 경영학회 가입 위해 재수·삼수

관련이슈 S 스토리

입력 : 2015-03-21 06:00:00 수정 : 2015-03-21 06:0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취미 동아리 맥 끊기고… 취업 동아리는 문전성시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서 1학년 때 회장을 맡아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서울의 A 사립대 산악부 회장인 김모(21·여)씨가 푸념을 했다. 김씨가 이끌고 있는 산악부에 이번 학기에 들어온 신입회원은 5명이 전부다. 대학 산악부 회원되기가 취직보다 어려웠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김씨는 20일 “예전에는 대학 산악부에 사람이 많아 학교별로 자체 산행이 가능했지만 요즘에는 다른 학교 산악부와 연맹을 맺어야 한다”며 “암벽등반의 경우 선등자와 후등자가 있어야 하는데, 동아리 회원이 적어 학교 연맹 없이는 등산 정도만 간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장이 더 이상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그려낸 씁쓸한 풍속도다.

한쪽선 파리 날리고… 한쪽선 북적대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에서 동아리 설명회가 열린 가운데 인문·예술 분야 동아리 설명회(위쪽사진) 는 한산한 모습을 보인 반면 경영학회 동아리 회원 접수창구는 신입생들로 붐비고 있다.
김범준 기자
◆최소인원 채우지 못해 방 빼는 동아리 속출

서울 B 대학의 한 종교 동아리는 60년 전통을 자랑하지만 이제는 학생회관안에 마련된 동아리방을 비워줘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신입 회원 숫자가 줄어들면서 동아리 자치단체가 동아리방 유지 조건을 정한 ‘최소 활동 인원’을 유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동아리의 회장 김모(21·여)씨는 “자칫하다가는 동아리방을 비워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끊이질 않는다”며 “신입생이 5명만 들어와도 동아리의 최대 경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몇 년간 지인들을 ‘유령 회원’으로 등록하는 편법으로 버텨왔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면서 “60년 전통의 동아리를 내가 회장일 때 문 닫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C 대학의 악기연주 동아리와 종교 동아리는 최근 동아리방을 비웠다. C 대학 동아리연합회장 지모(23)씨는 “우리 대학의 전통 있는 동아리가 사라진 게 안타깝지만 최소 인원을 채우지 못한 데다 동아리 활동도 거의 없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숙명여대 학보사 ‘숙대신보’가 학생 341명을 대상으로 교내 동아리 현황을 학술·공연·전시·사회·체육·종교 6개 분야로 나눠 조사한 결과, ‘학술’이 37%, ‘사회’가 26%를 차지했다. ‘공연’과 ‘전시’는 각각 22%와 5%였다.

◆취업 도움 동아리 면접은 기업체 면접 방불


이제 동아리는 과거처럼 취미나 놀이 차원의 공간은 아니다. 동아리도 취업에 도움이 돼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국내 17개 대학에서 활동 중인 국제리더십학생협회 ‘아이섹’(AIESEC)은 학생들에게 해외 인턴십 기회를 중개해주는 동아리다. 이 동아리에 들어가려면 경쟁 지원자들과의 면접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이 동아리 회원인 김모(21·여)씨는 “1학년 때부터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동아리를 원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며 글로벌 감각도 넓히고 다른 학교와도 교류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며 “이번 신입생 모집 선발 인원이 38명이었는데 면접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지원했다”고 말했다.

경쟁률이 5대 1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성균관대 경영전략학회 에스원(S-one)은 면접 전형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면접관들이 모두 정장을 입고 들어가 실제 대기업처럼 인성면접과 논리면접을 나눠 본다.

지원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생전 처음 보는 ‘A기업의 투자전략’을 논리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1학년은 지원 자체도 불가능하다.

이 학회 회장인 서모(25)씨는 “설명회 부스에 찾아온 1학년생에게 자격이 안 된다고 얘기해도 ‘내년에 지원할 테니 설명이라도 해 달라’고 관심을 보인다”며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생활 전체를 취업준비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입생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씨는 “학교생활의 70%를 동아리 활동에 쏟아부어야 할만큼 학회 생활이 힘들지만 취미나 친목 동아리에 시간을 쓰는 것보다 만족스럽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한 경제학회가 신입회원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청년실업 심화 속 고달픈 학생들


취업 유불리를 기준으로 동아리의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은 ‘청년실업’이 사회문제화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대략 10년 전부터 경영학과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공모전 등을 준비하는 학회가 하나 둘 생겨났다.

당시만 해도 저학년 때는 취미·친목 동아리 활동을 한 뒤 고학년에 취업 관련 동아리에 가입하는 게 일반적 추세였다. 하지만 취업난이 날로 가중되면서 이제는 학생들이 입학 직후부터 취업 관련 동아리를 찾고 있다.

2010년대로 진입한 뒤에는 창업동아리가 부쩍 인기를 끌고 있다. 창업동아리는 창업에 성공할 경우 취업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경험이 남아 구직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0년 639개였던 창업 동아리는 2013년 1833개로 늘었다. 3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동아리 학생 수는 1만2248명에서 2만2463명으로 2배 정도 늘었고, 창업동아리 보유 대학은 164개에서 190개가 됐다.

글=이지수·사진=김범준 기자 v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