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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것처럼 접근, 손쓸 새도 없이 흉기 휘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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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05 19:37:31 수정 : 2015-03-06 15: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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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김민하 회장이 목격한 사건 현장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공포로 바뀌는 데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광경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세계일보 김민하(사진) 회장은 당시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며 전율했다.

김 회장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상임고문 자격으로 당일 행사에 참석해 리퍼트 대사와 함께 연단 바로 아래에 위치한 헤드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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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테이블에는 민화협 김덕룡 상임고문, 새누리당 장윤석·이주영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성곤 의원, 한국노총 김동만 위원장,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 안양옥 회장, 새누리당 이성헌 전 의원, 미 대사관 소속 여성 통역관 등이 동석했다.

리퍼트 대사는 “보수와 진보를 총 망라한 인사들이 많이 왔다”면서 인사를 건넸고, 민화협 김덕룡 상임고문이 리퍼트 대사의 최근 득남을 화제에 올리며 축하했다.

이어 새누리당 장윤석 의원이 “한국은 속인주의(屬人主義)이니 아들이 만약 한국인이 되길 원한다면 미국처럼 속지주의(屬地主義)로 법을 바꾸면 되겠다”고 농담을 하자, 리퍼트 대사를 비롯한 헤드테이블 참석자들이 모두 웃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김 회장은 “테이블 동석자들이 환담을 나눈 뒤 식사를 하려는 순간 누군가 내 뒤로 돌아 리퍼트 대사에게 다가갔다”며 “처음에는 리퍼트 대사에게 인사하러 간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순식간에 리퍼트 대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를 테러한 김기종씨는 리퍼트 대사가 앉은 중앙 헤드테이블의 오른편 뒤쪽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화협 주최 초청 강연에 참석했다가 ‘종북인사’ 김기종(55)씨에게 공격을 받고 피를 흘리며 병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연합
김씨는 이날 오전 7시35분쯤 리퍼트 대사가 도착하고 5분여 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조찬이 시작되자 갑자기 일어나서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한 참석자 옆에 A4 용지 크기의 유인물을 내민 뒤 헤드테이블 쪽으로 이동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놀란 참석자들과 김씨를 저지하려는 관계자들이 뒤섞이면서 현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고 한다.

김 회장은 “주변에 있던 경호원과 장윤석 의원 등이 김씨를 자빠뜨려 팔을 잡고 저지했지만 김씨는 저지당하는 순간까지도 소리를 질러댔다”면서 “테이블을 보니 흰 테이블 보 위에 유혈이 낭자했다”고 말했다.

피습 직후 리퍼트 대사의 만년필과 연설문을 챙긴 남북통일운동국민연합 손병호 중앙회장은 “리퍼트 대사가 자리에 앉아 수프를 먹기도 전에 일이 일어났다”면서 “그 사람(김기종)이 앉은 자리와 리퍼트 대사의 자리가 3∼4m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가까웠다”며 “김씨가 갑자기 일어나 저벅저벅 걸어가더니 리퍼트 대사를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김씨의 선배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규범 남북통일정부 대표는 “김씨가 다가오자 리퍼트 대사는 김씨에게 인사를 하려고 일어섰다”며 “그러자 김씨가 일어서서 악수를 청하려는 리퍼트 대사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후 흉기를 휘둘렀다”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테러한 김기종씨가 5일 범행 현장인 서울 세종문화회관 강연장에서 붙잡한 뒤 경찰차로 끌려가고 있다.
사진 = 연합
한 대표는 “김씨가 헤드테이블로 올 때까지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현장에 경호원들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영만 민화협 홍보위원장은 “현장 등록 명부에 김씨의 이름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자신이 이름표를 만들어 달고 들어온 것 같다”며 “출입 통제를 소홀히 한 주최 측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화협 관계자는 “김씨가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데 큰 문제가 없었던 이유는 아무도 김씨가 이 정도의 일을 벌일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전 행사 때도 자주 왔었고 행사 실무자와도 안면이 있어 현장 접수대에서 김씨를 들여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김건호·이지수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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