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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물가상승률, 41년만에 일본보다 낮았다

입력 : 2015-03-05 10:08:32 수정 : 2015-03-05 10: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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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OECD 평균치에 미달…올해 0%대로 하락할 가능성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았다.

물가상승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뜻으로,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3%, 2.7%로 한국이 일본보다 1.4%포인트 낮다.

이처럼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본에 못 미친 것은 오일쇼크가 불어닥친 1973년 이래 41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과 일본의 1973년 물가 상승률은 각각 3.2%와 11.6%였다.

당시 중동전쟁이 일어나 석유 가격이 수직 상승하자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는데, 일본에 비해 공업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돼 있던 한국은 유가상승으로 인한 타격을 덜 받았다.

이후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2013년까지 40년간 단 한번도 일본보다 낮았던 적이 없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1974년 일본보다 1.1%포인트 높았던 것을 시작으로 1980년에는 격차가 20.9%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1984년에는 양국의 물가상승률이 2.3%로 똑같았다.

일본의 거품경제가 꺼지기 시작한 1992년부터 2013년까지 22년간 일본은 마이너스 또는 0∼1%대의 낮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에 한국의 물가는 최고 7.5%(1998년)까지 올랐다.

지난해 일본은 소비세 인상과 엔화약세(엔저)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상승률이 1991년(3.3%) 이래 최고인 2.7%를 기록했지만, 한국은 농축수산물, 석유류 제품 가격 하락으로 1.3%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물가상승률의 산출 기반이 되는 2013년의 물가상승률도 1.3%로 매우 낮았다는 점에서 저성장·저물가 구조가 고착화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경제 고도화를 훨씬 앞서 이룩하고 인구고령화가 더 심각한 일본보다도 낮다는 것은 그만큼 최근 한국의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는 점을 입증한다.

더욱이 최근 한국의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가 거품경제가 가라앉던 1990년대 일본보다 빠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일본의 물가 상승률은 1992∼1993년 2년 연속으로 1%대를 기록한 뒤 1994년 0%대로 떨어지고 1995년 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최근 한국의 물가상승률 하락 속도는 이보다 더 빨라 디플레이션이 조만간 현실화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주요 7개국(G7) 평균치에도 못 미쳤다.

G7의 지난해 평균 물가상승률은 1.6%로 한국보다 0.3%포인트 높다. G7 평균보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아진 것은 8년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일본(2.7%), 캐나다(1.9%), 미국(1.6%), 영국(1.5%) 등 4개국은 한국보다 높고, 독일(0.9%), 프랑스(0.9%), 이탈리아(0.2%) 3개국은 낮았다.

OECD 34개국 평균도 1.7%로 한국보다 높았다.

지난해 연말부터는 월별 물가상승률이 3개월 연속 0%대를 기록했다. 지난달 물가는 담뱃값 인상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다.

삼성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 등 일부 국내외 금융사는 이런 추세가 1년 내내 이어져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을 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도 "양적완화(QE) 등 획기적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하락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본격적인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이미 디플레이션에 진입했다"며 "이 상태로 계속 가면 디플레이션이 상당히 고착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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