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체력·기량 부족하다 느끼면 언제든지 은퇴”

입력 : 2015-02-17 18:05:25 수정 : 2015-02-17 18:05:2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이야기가 있는 스포츠] 프로농구 SK ‘철인’ 주희정
철은 연단을 거듭할수록 단단해진다. 올해로 프로 19년차를 맞은 ‘철인’ 주희정(38·서울 SK·사진)은 끊임없는 단련을 거쳐 한국 프로농구의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12월 22일 주희정은 통산 9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프로농구에 큰 획을 그었다. 최초의 기록임은 물론이거니와 보통 대학 졸업 후 프로에 데뷔해 군복무까지 마쳐야 하는 현재 여건상 앞으로도 좀처럼 나오기 힘든 대기록이다. 이제 그가 내딛는 발걸음은 프로농구의 역사로 이어진다.

운명을 만든 건 우연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도 키가 크지 않았어요.” 주희정은 28년 전 농구를 시작하게 된 날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증조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던 주희정은 할머니 손에 맡겨지면서 전학을 갔다. 전학 첫날 농구부 코치 선생님이 들어와 “각 줄 맨 뒷자리 남학생들은 4교시 끝나고 체육관으로 오라”고 말했다. 키 큰 학생들을 대상으로 농구부 입단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였다. 전학 첫날이라 자리가 없어 맨 뒤에 앉아 있던 주희정도 얼떨결에 불려나갔다.

농구와의 첫 만남이었다. 평소 달리기를 좋아한 주희정은 체력 테스트에 어렵지 않게 합격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며 형편이 어려운 그에게는 농구부에게 주어지는 육성회비 면제 혜택이 크게 다가왔다. “급식 때 빵, 우유도 2개씩 준다고 해서 더 끌렸죠.”

그때부터 주희정은 오롯이 농구에만 매달렸다. “중학교 때도 하루에 5시간만 자고 운동해 사춘기를 겪을 틈도 없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런 주희정에게도 농구 인생의 위기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것도 두 차례나.

“고등학교 때 집안 사정도 어려웠고 특히 대학 가는 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는 “좋은 학교에 갈 수 없을 것 같고 아무리 노력해도 실력이 늘지 않아 직업전문학교에 가서 자동차 정비를 배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잡아준 것은 하나뿐인 혈육 할머니였다. 하지만 늘 조금만 더 해보라던 할머니가 이때만은 운동을 그만두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할머니께서 코치 선생님과 먼저 통화해서 어떻게든 말려보겠다는 선생님의 약속을 받은 다음에 ‘짜고 친 고스톱’이더라고요. 하하.”

두 번째 위기는 기회로 이어졌다. 고려대 2학년을 마친 주희정은 또다시 농구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 힘들었고 생활고 탓도 있었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만 하면 무슨 일이든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대학을 중퇴하고 부산에서 새 삶을 시작하려고 했다”는 주희정은 결국 원주 나래(현 동부)에 수련 선수로 입단했다. “연습생으로 들어가 형들 뒤치다꺼리 정도만 할 줄 알았는데 지금의 자리까지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는 선망의 대상으로만 바라본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코트를 누비는 게 꿈만 같았다고 전했다. “데뷔 시즌 신인상을 받아야 되는데 우상인 강동희 전 감독님이 옆에 앉아 계셨습니다. 신인상보다도 그 사실이 너무 들뜨고 기분이 좋아 종이를 내밀고 사인을 받았어요. ‘희정아 열심히 해’라는 글귀가 얼마나 좋던지….”

그렇게 시작한 프로 생활이 벌써 18시즌째. 주희정은 무려 12시즌 동안 전 경기에 출장했고 2007∼08시즌부터 2012∼13시즌까지 6시즌 연속 전 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다. 특히 결장 경기가 18시즌을 통틀어 단 12경기밖에 없다는 점은 그의 자기관리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잘 보여준다.

주희정은 체력이 떨어지거나 기량이 모자라다고 스스로 느끼면 계약 기간이 남아도 은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게 후배들을 위해서도 더 나은 모습일 테니까요. 존경은 못 받더라도 후배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선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용인=이우중 기자 lol@segye.com

오피니언

포토

강혜원 '완벽한 미모'
  • 강혜원 '완벽한 미모'
  • 한사라 '시크한 매력'
  • 황신혜 '최강 동안 미모'
  • 장원영 볼에 '쪽'…팬들 난리 난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