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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갑자기 폭력적으로 변했다면 의심해야

입력 : 2015-02-01 20:49:00 수정 : 2015-02-01 20: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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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유치원 학대 징후 발견요령·대처방법
‘혹시 내 아이도 학대를 당하지는 않을까?’ 최근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이 전국을 강타하면서 이 같은 걱정을 하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이 많다. 실제 사건 이후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보육이나 유치원 교사에게서 학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지만 아직 의사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유아도 많기 때문에 이를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교사들의 행위는 어린 유아들에게 평생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간단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그만큼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자녀가 학대를 당한 흔적을 발견했더라도 구체적이고 정확한 표현이 어려운 자녀에게 어떻게 물어야 할지도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만 3세 미만 아동의 경우에는 참·거짓을 잘 구분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것을 상상해 말하기도 하기 때문에 증거로 활용할 만한 진술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학부모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내 아동학대 의심사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발견요령과 대처방법을 담은 ‘어린이집·유치원 아동학대 징후 관찰용 학부모 안내서’를 최근 공개했다.

안내서는 아동학대 의심상황이 발생할 때 자녀와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구체적인 사례와 함께 소개했다.

◆집에 돌아온 자녀의 행동이 갑자기 달라졌다면…


학대 여부를 알 수 있는 징후는 행동적 징후와 신체적 징후로 나뉜다. 먼저 자녀가 갑자기 평소와는 너무 다른 행동을 보인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경우 이러한 행동적 징후가 더 도드라질 수 있다.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것은 어린이집·유치원에 잘 가던 자녀가 갑자기 가기 싫어하는 경우다. 아예 외출을 거부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또 폭력적으로 변하고 자기 파괴적인 행동이나 공격적인 행동을 보일 때, 특정 물건을 계속 빨거나 물어뜯는 것도 학대 징후 중 하나다. 갑자기 혼자 있기를 싫어하고 심하게 보채며 매달리거나 어른들과 접촉을 피하고 두려워하는 경우에도 학대 징후로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다른 아이가 우는 것을 보고 공포를 느낀다면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아이의 경우 피부가 약해 작은 충격에도 상처가 남기 때문에 학대가 의심된다면 몸에 있는 멍 등의 상처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신체적 징후로는 ▲겨드랑이 팔뚝, 허벅지 안쪽 등 상식적으로 생기기 어려운 부위에 상처가 있는 경우 ▲회음부·엉덩이에 화상이 있거나, 팔다리에 스타킹이나 장갑 모양의 화상 등이 있는 경우 ▲각각 다른 시기에 발생해 색의 차이가 있는 다발성의 멍이 있는 경우 등이다.

또 상처에 대한 자녀의 설명과 교사의 설명이 일치하지 않거나 어린이집·유치원 내에서 자녀가 다쳤음에도 특별한 이유 없이 병원에 데려가지 않거나 지연된 경우 역시 학대를 의심해 볼 만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자녀 학대 여부가 의심될 때는 자녀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최근 열린 아동학대 반대시위에서 한 아이가 ‘아동학대 NO !’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침착하게 자녀의 얘기 들어야


자녀가 어린이집·유치원에 다녀온 뒤 “선생님이 나를 아프게 했어”라고 이야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라고, 선생님이 아프게 했다고. 때렸단 말이지. 머리 때렸어, 엉덩이 때렸어. 손으로 맴매했어. 몇 대 때렸어”라는 식으로 놀라거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금물이다. 부모의 이런 모습을 보면, 아동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거나 혼이 날까봐 학대 상황에 대해 말을 하지 않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대 상황을 이야기해도 벌을 받거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알려주고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또 자녀의 표현을 어른의 관점으로 생각해 추측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임의로 추측한 내용으로 질문할 경우 유도질문이 되거나 자녀의 기억이 변형될 가능성도 있다. 안내서에서는 자녀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침착하고 차분하게 물어봐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차분한 목소리로 “그랬구나. 어린이집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이야기해 줘”, “‘선생님이 아프게 했다’는 게 무엇인지 이야기해 줄래”라고 편안하게 접근해야 한다.

학대가 의심돼 자녀에게 물었으나 대답을 하지 않거나 모르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엄마한테 얘기해 봐. 응! 빨리 이야기해야 엄마가 도와주지. (언성을 높이며) 네가 말 안 하면 못 도와준다니까”는 식으로 대답을 강요하거나 다그치면 자녀가 거짓 대답을 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구나.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싶을 때 다시 이야기해 줘”라며 자녀가 스스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려야 한다.

또 학대 상황에 대한 자녀의 이야기가 구체적이지 않거나 추가로 확인할 부분이 있더라도 자녀가 먼저 이야기할 때까지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야 한다. 재차 질문하는 것은 자녀의 기억을 변형시킬 가능성이 있고, 학대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 자녀를 힘들게 하거나 오히려 더 입을 닫을 수 있게 할 수 있다. 따라서 학대 여부가 어느 정도 의심이 되거나 확인됐다면 전문가가 직접 자녀와 대화할 수 있도록 하자.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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