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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 고료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어느 철학과 …' 김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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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29 19:34:01 수정 : 2015-03-18 21: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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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모인생 이제 본선이란 느낌
성소수자 관심 갖는 계기 되길”
“얼떨떨하고 두려워요. 이제 작가로서 살아남고 더 좋은 작품을 써야 하니까요.”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날들’로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받은 김의(56)씨는 “이제 본선이란 느낌”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소년중앙 문학상에 응모한 후 수십년 세월이었다. 1980년대 초 동시·동요로 등단했다. 시와 시조로 꾸준히 문학상의 문을 두드리다 2007년부터 장편소설로 도전했다. 열여섯 번까지 떨어지는 걸 세다가 포기했다.

“글을 안 쓰는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직장생활도 일부러 출판사, 잡지사로 다녔어요. 친구들이 결혼하면서 문학을 접는 걸 봐서 결혼도 안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능력도 없었고요.(웃음)”

‘어느 철학과…’는 트랜스젠더를 엄마로 둔 대학 자퇴생 인우가 주인공이다. 인우가 어린 시절 아빠라 부른 ‘트랜스젠더 엄마’는 태생적 족쇄처럼 그를 옥죈다. 가난과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그를 따라다닌다. 게다가 허름한 복도식 아파트 이웃인 ‘일진 고등학생’은 지옥에서 온 악마처럼 인우를 괴롭힌다.

“평소부터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에 남달리 관심이 있어요. 언젠가 TV를 보는데 트랜스젠더를 호기심 거리로만 다루는 걸 보며 화가 나더라고요. 취재를 시작했죠.”

인우를 둘러싼 세상은 인간성이 소외되고 멸시와 조롱, 한숨이 가득한 곳이다. 폭행과 강간, 노예노동을 당해도 제대로 항변조차 못하는 답답한 인물들투성이다. 소설은 말미에 달콤한 희망을 약속하는 안이함을 보이지 않는다.

“이 사회의 부조리한 권력에 저항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사회가 무슨 짓을 해도 항변을 못하고 생각마저 경직된 거죠.”

그는 개인의 각성이나 조직적 투쟁을 그리는 대신 “이런 이들이 갈수록 적어지게 만드는 게 바로 이 사회의 과제”라고 말했다.

“평범한 인간의 권리를 평범하게 누리는 밝고 자유로운 사회가 돼야 해요. 국가와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1959년 충남 아산 출생 ▲2004년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새벗문학상(아동문학상·1983), 계몽사 아동문학상(1984) 동시 부문, 크리스찬월드문학상(1993) 단편소설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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