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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앓던 30대女, 여대생으로 신분세탁해 '새 삶' 꿈꾸다 붙잡혀

입력 : 2015-01-07 11:07:25 수정 : 2015-03-30 16: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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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추락사고로 가족을 잃고 우울증에 빠졌던 30대 임신부가 우연히 주운 여대생 신분증을 계기로 신분을 세탁해 새로운 삶을 꿈꾸다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7일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종환)는 남의 신분증으로 신분을 사칭해 대출 등을 받은 혐의(점유이탈물횡령·사문서 위조·사기 등)로 김모(32·여)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2009년 우연히 음대생 이모(25·여)씨의 신분증을 습득했다.

이후 이씨를 사칭해 각종 신분증을 새로 발급받아 제2금융권에서 600만원을 대출받기까지 했다.

김씨는 지난 1997년 괌 대한항공 추락사고로 아버지와 오빠를 잃은 뒤 거액의 보상금을 받았다.

이 돈을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경제적으로는 풍족한 생활을 해왔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우울증을 앓았고 회계사인 남편과 결혼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갈등을 겪다가 이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김씨는 개명을 했지만 삶이 바뀌지 않았다 .

그러나 5년 전 우연히 주운 이씨의 지갑을 떠올렸다.

김씨는 지갑 안에 든 신분증을 이용해 이씨의 SNS와 이메일을 뒤지고,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발급받아 은행 계좌와 휴대전화를 개설했다. 제2금융권에서 대출도 받았다.

김씨는 타인 행세가 아니라 그 자신도 이씨인 것처럼 믿었다.

전문가들은 김씨의 이러한 행동이 '현실을 부정하면서 마음속으로 꿈꾸는 허구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된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인격장애인 리플리 증후군(Ripley Syndrome)이다'고 진단했다.

김씨의 신분세탁은 딸의 대출통지서를 받은 이씨 어머니의 신고로 들통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한 범인 추적에 나서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는 "어렸을 적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음악을 전공한 이씨의 삶이 너무 행복해 보여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신 4개월에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불구속도 고려했지만 혐의가 13개에 달해 구속 영장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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