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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문학평론가(왼쪽)와 강석경 소설가. |
어른이 되기 전 아이들은 흔히 생각한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자기 존재에 대해 “나는 왜 태어났을까?” 하고 반의한다. 32㎏의 선병질 주인공도 “똥처럼 세상에 태어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럽고 두려워하지만 그림으로 무의미를 의미화한다. 7층 아줌마가 죽은 아들에게 매일 공양하느라 창밖으로 던진 문어모양 소시지 반찬을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양으로 그리고, 늘 리어카를 끌고 폐품수집하는 할머니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할머니와의 우정은 “흰색과 검은색, 흰색의 검은 부분과 검은색의 흰 부분, 그리고 그림자의 색” 다섯 가지로 표현하기로 계획한다.
얼마나 절묘한 색깔인가. 소녀는 세상을 흑백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이면의 그림자 색까지 보고자 한다. 예술가의 시선이다. 그림의 바닥부터 맨 위까지 선이 쌓이게 놓아두면서 “이렇게 가득 모아서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 그린다”고 말한다. 이것도 예술가의 행위이다. 어린 예술가의 조용한 분투가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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