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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중 대주교 "헌재, 통진당 해산 결정에 당혹"

입력 : 2014-12-23 13:16:19 수정 : 2014-12-23 13: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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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힘은 다양성 수용부터"…헌재·야당 역할에 회의적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이자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23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상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결정을 내린 사람들이 앞으로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이날 광주대교구청에서 성탄 메시지를 발표하며 "헌재의 판결 내용 중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있다고 한다. 법의 최후 보루인 헌재가 그러면 무엇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야당도 제 역할을 한 것인지 의아스럽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민주주의의 힘인데 이번 판결처럼 다름이 곧 틀림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 대화 문화가 정착될 수 없다"며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황의 한국 방문과 성소수자 끌어안기 등 파격적인 행보에 대해서도 "그 자체를 찬성한 것이라기보다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본다"며 차이를 인정하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주교는 "가톨릭 교회가 보수 일변도였다면 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가톨릭 교회는 쇄신과 개혁, 혁명 중 체제를 먼저 흔들지 않고 의식과 사고방식부터 바꾸며 변화를 꾀하는 쇄신을 주로 선호하고 추구해왔고, 교황의 행보 역시 의식 변화를 위한 것"이라며 "가톨릭 교회는 살아 있는 전통이었기에 시대의 필요에 그때그때 응할 수 있었다. 결국, 살아있지 못한 전통은 박물관의 골동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대주교는 교황이 한국을 떠나는 당일 60여명의 교통 경찰관의 손을 잡고 수고했다고 한 일화 등을 소개하고 "교황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일관성 있게 보여주셨다. 사랑이란 옆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이라는 것을 일관성 있게 실천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위 우리나라 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성공하기 전 첫 마음, 어려움을 잊지 않고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주교는 올 한 해를 돌아보며 "정치적인 소용돌이에서 정신을 못 차리는 해였다. 일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잇따라 다른 사건들이 터졌다"며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그대로 묻히고 잊히지 않도록 언론에서 늘 보도하고 환기시켜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 3년간 사목 방향을 '가정의 해'로 선포하고 실천해왔던 광주대교구는 내년부터 3년간 '본당의 해'로 선포, 가정의 안정된 삶의 힘을 보다 큰 공동체 안에서 실현하고 세대별 다른 가치관을 틀린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활동할 계획이다.

김 대주교는 이에 따라 광주·전남 노숙인 1천여명 등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위한 나눔 문화 활성화를 위해 힘을 쏟고, 나아가 대북 교류 등을 위해 민간·7대 종단과 함께 노력할 방침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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