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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커지는 ‘문건 파문’, 靑은 본질 제대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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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15 21:27:31 수정 : 2014-12-27 15: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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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해 말을 아꼈다. 검찰 수사를 받다 목숨을 끊은 최모 경위가 유서에서 청와대의 ‘회유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커지고 있지만 침묵을 지킨 것이다. 얼마 전과는 다른 자세다. 박 대통령은 앞서 두 차례에 걸쳐 “문건 유출은 국기문란 행위”, “찌라시 얘기에 나라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왜 침묵 모드로 돌아선 것인지는 알 길이 없다. 이번 사안을 보는 시각의 변화를 의미하는지, 두 차례 발언이 초래한 역풍을 고려한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요인이 작동하는지는 오로지 청와대 심층부에서나 알 일이다. 국민 눈길이 권력암투 의혹과 인사 난맥상의 배경에 모아지고 있는데도 속시원한 해명이 없는 점은 여간 아쉽지 않다. 더욱이 어제는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이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날이다. 그런 마당인 만큼 갑작스러운 침묵 모드에 답답해 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박 회장은 어제 참고인 신분으로 자진 출두했다. 단죄 대상인 범죄 혐의자 신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하지만 정치민주화를 이룬 ‘87년 체제’ 이후 20여년 동안 한국 현대정치사는 대통령 혈족이나 측근이 권력형 추문에 휘말려 검찰 문턱을 밟는 것을 시발로 정치가 엉망이 되는 아픈 경험을 반복해 왔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은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법이다. 적잖은 이들이 어제 가슴을 쓸어내린 이유다. 측근 문제의 인화력도 간단치 않다. ‘문고리 3인방’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그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에 대한 소환·조사도 임박했다고 한다.

이번 파문의 본질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여부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문건 유출에 초점이 맞춰진 인상이 짙다. 청와대 사람들이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탓에 검찰이 중심을 잘 잡고, 분별력 있게 대처하더라도 속절없이 그렇게 비치게 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적어도 검찰이 곤혹스러운 처지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언급은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 나아가 국민 눈높이에 맞춰 해결책을 모색하는 진일보한 자세도 보여야 했다.

‘정윤회 문건은 찌라시’라는 청와대 입장은 국민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무엇을 말하겠는가. 박 대통령 핵심 지지층까지 이탈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한다. 국민은 왜 권력암투설이 불거졌는지, 대통령은 그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해한다. 국정동력을 훼손하는 각종 의혹이 비밀주의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국정 시스템을 정상화할 획기적 방안도 찾아야 한다. 청와대 내부의 전면 보수가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청와대 사람들은 이번 파문의 본질을 잘 들여다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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