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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살여탈권' 쥔 교수의 '나쁜 손'에 냉가슴만

입력 : 2014-12-11 20:02:29 수정 : 2014-12-12 21: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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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교수 성폭력 사건 왜
도제식 한국대학 성폭력에 취약
석박사 되려면 교수 지원 절대적
"시간 강사라도 하려면 참아야"
대학가가 잇따른 교수 성폭력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와 고려대 공대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가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폭력에 취약한 대학사회가 도마에 올랐다. 땅에 떨어진 교수사회 성 윤리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각 대학이 실태 파악과 예방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교수와 제자의 관계가 도제식으로 이어져온 한국의 대학은 성폭력에 유난히 취약하다. 최승원 덕성여대 교수(심리학)는 “학생 입장에서 교수의 인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교수와 어느 정도는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교수가 이를 이용해 지켜야 할 선을 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이 교수에게 호의적으로 다가가 서로 친밀해지면, 교수는 스승으로서의 애정, 관심 등으로 포장해 사생활에 간섭하는 것을 시작으로 성희롱, 성추행까지 서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교수들은 성폭력에 대해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하면 스승의 호의를 배반한 것으로 몰고 간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K 교수의 상습 성추행 사건은 이 같은 분석이 그대로 적용되는 사례다. ‘서울대 K 교수 사건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피해자 X’(대책위)에 따르면 K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일상을 알리면서 개인적인 연락을 몇 차례 한 뒤 저녁 식사를 제안해 식사 자리에서 이성을 대하듯 신체 접촉을 시도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 반발하는 학생들에게는 “학생을 먼저 예뻐하고 잘해줬는데 무례하게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다니 기가 찬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여자 인턴을 비롯해 학생 여러 명을 성추행한 혐의(상습 강제추행)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서울대 수리과학부 K 교수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도봉구 북부지법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학원에서는 도제식 관계가 더 공고해지는 데다가 교수가 학생에 대한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심각하다. 해외에서 석·박사 과정을 거친 사람들을 우대하는 한국에서 국내 석·박사 과정에 다니는 학생에게 교수는 절대자나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경영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A(28)씨는 “학생이 대학원을 졸업하려면 교수의 결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박사학위를 받은 뒤 대학에서 시간강사라도 하려면 지도교수들이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엘리트 집단과 마찬가지로 대학이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것도 문제다.

최지나 한국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엘리트 집단 남성들은 성 의식을 바꾸려거나 배우려는 노력에 소극적”이라며 “대학은 학생들이 신고한 성폭력 사건만 조사하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자체 실태조사를 통해 스스로 정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학내 구성원 모두를 대상으로 인권, 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오현태·이지수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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