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씨를 먼저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정씨는 본지가 보도한 청와대 문건을 통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지난 3일 본지 기자들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정씨는 “증권가 정보 ‘찌라시’를 모아놓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는데, 검찰에 출석해서도 이 같은 말을 되풀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청와대와 정씨의 주장에 맞춰 ‘십상시’ 회합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 부분 수사는 별다른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명예훼손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면 정씨를 바로 피고발인으로 신분을 전환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그의 국정 개입 의혹을 감찰하게 된 배경을 수사할 계획이다. 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7일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 유포’, ‘정씨 관련 조사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좌천’, ‘김진선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 사퇴 개입’ 등 정씨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럴 경우 검찰은 정씨를 상대로 청와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과 연락한 적이 있는지, 왜 “(3인방과)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다”고 거짓 주장을 했는지 캐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정씨 전화를 받지 않은 이후 갑작스럽게 경질당한 배경 역시 정씨를 상대로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이 안봉근(48)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을 불러 조사할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안 비서관이 동향 출신인 박동렬(61) 전 대전지방국세청장과 만나 권력 측근 동향 등을 전달했는지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안 비서관이 언제 얼마나 자주 박 전 청장과 만났는지, 그리고 어떤 대화를 했는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박 전 청장은 이러한 과정 등에서 알게 된 동향을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인 박관천(48) 경정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안 비서관 등이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 비서관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박 전 청장과 단 한 번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민 대변인은 그러나 안 비서관에게 박 전 청장과 접촉을 삼가라고 청와대가 경고했는지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만일 검찰 수사를 통해 안 비서관이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핵심 사항들을 누설한 사실이 드러나면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재만(48) 총무비서관과 정호성(45) 제1부속비서관을 상대로도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비서관이 정씨의 전화를 받지 않는 조 전 비서관에게 “(정윤회씨) 전화를 좀 받으시죠”라고 말한 이유와 정 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56) EG 회장이 건넨 청와대 유출문건을 “받은 적 없다”고 주장한 까닭을 캐물을 방침이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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