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왼쪽)·휴 헴펠 부부가 지난 9월 두 딸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CNN 제공 |
약학·화학에는 문외한이었던 부부는 치료법을 찾기 위해 온갖 의학논문을 뒤지기 시작했다. 연구는 산 넘어 산이었다. 텍사스남서부의과대 연구진이 당(糖)의 일종으로 식품첨가제 등에 쓰이는 ‘사이클로덱스트린’이 쥐 실험에서 효과를 나타냈다는 논문을 발견한 이들은 이를 구해 음료수에 섞어 딸들에게 먹였다. 증상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쳤다. 다시 연구에 매달린 끝에 주사를 통해 신경계에 주입하는 것이 효과적임을 알아냈다. 또 한 향진균성약에 이 물질이 첨가된다는 정보를 찾아내면서 안전성도 확보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로 부부는 사이클로덱스트린을 딸의 척수에 주사했다. 차도는 분명했다. 아이들은 다리 힘이 생겼고, 잃었던 청력도 일부 되찾았다. 폐질환 등 니만피크병으로 인한 합병증에서도 벗어났다. 부부는 더 나아가 관을 삽입해 직접 뇌에 물질을 전달하는 수술을 올해 초 실행에 옮겼다.
현재 미 국립보건원(NIH)은 척수를 통한 사이클로덱스트린 주입만을 허용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해 브라질, 스페인, 일본 등에서도 니만피크병 환자들이 이 치료법을 이용하고 있다.
헴펠 부부는 “우리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며 “딸들이 바깥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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