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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옹호한 수석 두고 북핵불용론 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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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5 22:05:46 수정 : 2014-12-27 15: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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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률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열강에 에워싸여 있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민족 생존권과 자립을 위해 약소국이 당연히 추구할 수밖에 없는 비장의 무기일 수 있다”고 했다.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 테러에 대해서도 “부시 행정부가 악용해 세계를 전쟁의 공포와 인권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다”고,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보유 의혹에 대해서도 “자주 국방의 자위권 행사”라고 했다. 김 수석이 숙명여대 영어영문학부 교수로 재직하던 2005년 ‘차이를 넘어서’라는 저서에 쓴 내용들이다. 북핵 옹호이자 반미주의적 발언으로 봐도 별로 지나치지 않다.

단순한 학자의 주장이라면 크게 문제될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학문의 자유는 존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가진 인사가 청와대 수석비서관이라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김 수석의 북핵관과 미국관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너무 다르다. 박근혜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 북핵불용론을 대북정책의 토대로 삼고 있다.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이런 주장을 편 사람을 수석으로 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김 수석이 “북핵 관련 내용은 한 줄 나온다”고 해명한 것도 부적절하다. 한 줄이면 북핵을 옹호해도 괜찮다는 말인가. 또 “자유민주주의자로서 한반도 비핵화와 미국과 동반자 관계가 필요하다는 신념이 확고하다”고 했다. 북핵에 대한 현 정부의 공식 입장은 비핵화를 넘어 ‘북핵 폐기’다. 박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11월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도 북핵 폐기를 주장했다. 김 수석이 북핵에 대한 정부의 공식입장마저 모른다면 그 자체로도 결격사유다. 김 수석은 자진 사퇴해야 마땅하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약소국이라고 다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며 “이건 거의 통진당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고 개탄했다. 이런 지적을 듣고도 청와대는 입을 다물고 있다. 여론 눈치를 살피다가 누그러지면 없던 일로 뭉개려는 것인가. 책 내용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들어가기만 해도 간단하게 검증할 수 있다. 기초적인 검증 과정을 아예 거치지 않았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인사 참사가 거듭되는 이유를 이번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누가 추천을 했는지, 추천서에는 어떻게 평가했는지, 검증은 제대로 했는지 소상히 밝혀낼 필요가 있다. 쇠귀에 경 읽기처럼 여겨서는 인사 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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