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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추락하는 막걸리엔 날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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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20 05:00:00 수정 : 2015-02-15 16:5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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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주인 막걸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3년동안 수입맥주나 와인·사케 등의 인기가 높아진 대신 막걸리 매출은 3년 연속 감소세다.

한 대형마트의 막걸리 매출을 살펴본 결과 지난 2011년에는 5.8% 마이너스 신장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2.3%, 15.9%가 줄어들었다. 막걸리시장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팔리는 상품들은 유명 브랜드 상품 몇 가지뿐이다. 지난해 가정용 유통채널 막걸리시장에서는 2개 유명 브랜드의 점유율이 53.4%에 달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영세 막걸리 업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유통 노하우도 없고 패키지 포장기술도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대형 업체에 비해 프로모션 역량이 부족할 뿐 아니라 용기 사이즈 등도 규격화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막걸리, 내수·수출 모두 '내리막'

뿐만 아니라 막걸리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막걸리 수출량은 1만8222t으로 40.5% 줄었다. 국내 대표 막걸리업체인 국순당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2년 대비 74.8% 감소했다. 2010년 캔막걸리 시장에 진출했던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막걸리 사업을 철수했다.

막걸리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는 업체들이 영세해 이익을 많이 남기지 못했고, 연구 개발과 마케팅 등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 손꼽힌다. 국내 막걸리업체 600여곳 중 연매출액 1억원 미만인 영세업체가 전체의 60~70%에 이르는 실정이다.

A 막걸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때 전 직원이 야근해야 할 정도로 쉼 없이 돌아가던 생산 라인은 최근 일주일에 고작 하루 이틀만 가동되고 있다. 올 들어 생산량은 3년 전의 10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전국 800여곳 중 상위 10곳을 제외하고는 거의 빈사 상태다.

업체들이 올해 초 막걸리 가격을 최대 25%까지 올린 것도 영업난과 무관치 않다. 막걸리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고 제품 폐기량이 많다 보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판매 감소로 이어져 장사가 안 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 성장세 둔화→폐기량 증가→가격 인상→판매 감소…악순환 계속 돼

또 다른 관계자는 “막걸리 업체들이 수입맥주 선호 등 다양한 주류를 찾는 최근의 추세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서 전체 파이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해외 수출 감소는 막걸리의 최대 수요처인 일본의 수입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해 1∼8월 대일 막걸리 수출액은 643만달러(한화 기준 70억6849만원)로 32.3%가 줄었다. 막걸리 수출의 대일 비중은 2011년 91.8%에서 지난해 72.2%까지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 수출국인 일본의 주류 문화가 무알코올 음료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수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2의 막걸리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체가 막걸리 산업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중기적합업종 재지정 놓고 대기업 vs 중소기업 '신경전'

한편, 동반성장위원회가 2011년 9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시행한 지 3년여가 지났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긍정적인 변화가 거의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기적합업종 재지정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막걸리 업계도 중기적합업종 재지정 여부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막걸리 품목도 2011년부터 중소기업 전문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과의 협업 널이 막혔고, 생산량 또한 2011년 44만㎘를 정점으로 2012년 41만㎘, 2013년 38만㎘로 감소하면서 전체 막걸리 시장 축소됐다. 또 전국 800여개 양조장 대부분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틈을 타 장수 막걸리 등이 수도권 막걸리 시장의 약 80~90%를 점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소 막걸리업계는 지난 2011년을 정점으로 시장이 점점 침체되는 상황에서 대기업이 참여해 기업의 공신력과 자본, 영세 업체의 기술을 접목해 강소기업으로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이 이어지면서 막걸리 시장 보호를 위한 '중소기업 적합품목' 지정이 오히려 막걸리 시장 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막걸리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몇몇 기업들은 대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미미한 만큼 적합업종 지정 때문에 시장이 침체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며 재지정 되야 한다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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