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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백배로(?)데이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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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1-11 05:00:00 수정 : 2015-02-15 17: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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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값에 등골 휜다!"…매월 14일 '정말 겁난 데이~'
유통업체들이 ‘데이(Day)마케팅’을 통해 지속적인 매출을 올리는 것을 두고 억지 상술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상술이 만들어낸 기념일이 많은데다 문화적 트렌드에서 탄생된 날이라도 일부 업체들은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새로운 기념일을 억지로 만들고 데이마케팅을 벌이며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유통家, 1년 내내 ‘데이마케팅’ 혈투

데이마케팅의 기본은 매달 14일이다. 1월14일 ‘다이어리데이’를 시작으로 12월14일 ‘허그데이’까지 매달 기념일이 있다. 여기에 새로운 두세개의 기념일들이 더해져 유통가는 1년 내내 ‘데이마케팅’ 전쟁이다.

3월 만해도 ▲삼겹살데이(3일) ▲삼치·참치데이(7일) ▲화이트데이(14일) 등 눈에 띄는 기념일만 사흘이다. 그래서 유통업체들 입장에서 3월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달이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는 지난 2월27일부터 3일까지 삼겹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7% 늘었다. 이는 1개월 전과 비교하면 무려 138% 증가한 것이다. 삼겹살데이 당일인 3일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52.5%나 늘었다. 또 다른 대형마트 역시 지난 2월27일부터 3일까지 삼겹살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2.5% 상승했다.

삼치·참치데이에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이벤트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모 대형마트에서는 참치 해체쇼를 벌이는 등 판매 촉진에 열을 올렸다. 평소보다 2~3배 정도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화이트데이는 오히려 규모가 더 큰 기념일이다. 2월14일 밸런타인데이 보다 전체 매출액이 더 높은 날이다. 최근 한 카드회사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보다 화이트데이의 전체 매출액이 13.7%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편의점 할 것 없이 고객 사로잡기에 발 벗고 나서는 것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삼겹살데이나 삼치·참치데이처럼 이색적인 기념일은 재미까지 더할 수 있고 농축산업계나 수산업계를 돕는다는 측면도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하지만 특별한 의미가 없는 기념일들도 그냥 지나칠 순 없다. 기념일 관련 상품을 기획해 내놓으면 곧바로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업체들이 만들어 낸 기념일…‘억지 상술’이란 비판 일어

사실 삼겹살데이나 삼치·참치데이는 단순히 숫자로만 만들어진 기념일이 아니다. 삼겹살데이는 축산 양돈 농가를 살리기 위해 지역 축협이 2003년부터 3이 겹치는 3월3일로 지정했다. 삼치·참치데이 역시 2006년 해양수산부와 한국원양어업회가 참치 소비 확대를 위해 지정한 날이다. 3월7일의 3·7 발음이 삼치·참치와 비슷해 정한 날이다.

또한 오이데이는 5월2일을 숫자로 쓰면 5·2가 된다는 데서 나왔다. 이날은 농촌진흥청이 오이 농가의 소득을 늘리기 위해 오이를 먹는 날로 정했다. 구구데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닭고기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정한 날이다. 9월9일이며 숫자로 써서 읽으면 닭의 울음소리인 구구가 된다는 데서 나온 날이다. 11월11인 가래떡데이도 의미가 담겨있다. 농업인의 날을 알리기 위해 정해진 날로 농림부는 이날을 농업인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쌀 소비 활성화를 겸해 행사를 열고 있다.

이밖에도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기념일이 있으며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날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숫자적 의미만 담고 있는 기념일로, 업체 입장에서는 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특수인 셈이다.

◆ 빼빼로 먹으면 날씬해진다고?

특히 빼빼로데이는 1994년 부산 여중생들이 숫자 1이 네 번 겹치는 11월11일 친구끼리 우정을 전하며 ‘키 크고 날씬하게 예뻐지자’라는 의미로 빼빼로를 교환한 데서 시작됐다. 거의 모든 제과업체들은 2011년 11월11일을 ‘밀레니엄 빼빼로데이’라고 부르며 기념일 전부터 광고를 쏟아냈었고, 올해도 이 같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처럼 데이마케팅과 매출의 연관성이 깊다 보니 일부 업체와 단체들은 자사 제품과 연관된 특별한 날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고 있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날짜를 조합하는데 더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단순히 숫자에 의존한 기념일이 넘쳐나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 같은 상술은 기념일에 소홀할 경우 상대적으로 가질 수 있는 부담감을 마케팅에 이용한다는 비난으로 번졌다.

주부 김모(43)씨는 “젊은 애들은 몰라도 우리 세대는 정말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51)씨는 “최근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데이뿐만 아니라 이상한 데이들까지 많이 생기고 있는 추세”라며 “솔직히 경제적인 부담도 있기 때문에 좋지 않은 사회적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 "세월이 지나도 추억이 될만한 아련한 느낌이 없다"

한편, 끼워 맞추기 식의 무분별한 데이마케팅은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길 수 있고, 지나친 마케팅 비용으로 인해 기업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물론 경기 불황으로 소비가 위축된 시점에서 데이마케팅은 소비자들에게 재미를 주고 기업은 매출이 증가하는 상당히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젊은층의 불필요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기 때문에 과도한 선물이 아닌 사랑과 우정을 주고받는 본래의 데이 문화 정신을 모두가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미 있는 날도 있지만 말 그대로 소비를 위한 날이 대부분인 것 같다”며 “특정 제품에 대한 소비를 촉진시키고 판매율을 증가시키기 위한 상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물이 마치 사랑의 표현의 전부인 것처럼 돼버려 세월이 지나도 추억이 남을만한 아련한 어떤 느낌이 없는 것이 데이마케팅의 문제점”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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