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팍팍한 현실 벽에 막혀… 꿈 접는 창작 관련 인재들

입력 : 2014-11-03 06:00:00 수정 : 2014-11-03 13:13:4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저작물 신진 창작인력수 감소세… 朴정부들어 3만여명 줄어 ‘최다’
관련 졸업자 18.5%만 전공 살려, 열악한 임금·처우에 전직 빈번
지난해 서울시내 유명 예술대학의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한 케이블 방송국의 방송작가로 1년 동안 일한 최모(28)씨는 최근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일반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준비생’이 됐다.

최씨가 입학하던 2006년 당시 대학은 “스토리텔링(이야기 전개)이 중요해져 방송작가나 회사 홍보팀 등에 취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지만 현실은 절망적이었다. 방송작가로서 그의 연 수입은 900만원에 불과했다. 전공과 관련이 있는 출판사나 중소 벤처기업에 지원하고 싶었지만 올해는 공채를 하는 곳이 없어 결국 일반기업으로 고개를 돌렸다.

최씨는 “같은 과 동기 5명 중 3명은 토익 공부 등을 하면서 일반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명문대 인문계 졸업생들도 취업이 어렵다고 하는 마당에 우리 같은 예술대 출신들은 더욱 어렵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다”고 토로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후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강조하고 별도의 부처까지 마련했지만 문화 콘텐츠와 창작에 종사하는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창조활동을 통한 경제성장이 구호에 불과한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저작물 신진 창작인력(저작권 관련 학과 졸업자) 수는 2009년 21만2071명에서 지난해 16만9543명으로 20% 넘게 감소하는 등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19만7396명에서 16만9543명으로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컴퓨터프로그램 창작 인력이 2009년에 비해 지난해 32.1% 줄어들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사진(21.4%), 건축(18.1%) 순으로 큰 감소폭을 보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3월 추적한 대졸자 이동경로 조사에 따르면 2008년 8월과 2009년 2월에 졸업한 창작관련 학과 졸업자 7만5456명 중 비창작관련 업종에 취업한 학생은 6만1507명으로 창작관련 업종 취업자(1만3949명)의 4.4배에 달했다. 창작관련 학과 졸업생의 18.5%만이 전공을 살린 것이다.

창작분야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도 경제적인 문제 등을 이유로 일반기업으로 이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서울시내 사립대학의 컴퓨터 소프트웨어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월부터 6개월 동안 서울 강남의 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벤처기업에서 근무한 심모(31)씨는 현재 충북 단양의 시멘트 제조 업체에서 비정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다. 심씨는 큰 꿈을 품고 벤처를 시작했지만 회사 상황이 나빠지면서 진로를 바꾸게 됐다. 심씨는 “벤처기업 근무 당시 열악한 개발환경을 극복하려고 임직원이 노력했지만 결국 마케팅이나 홍보에서 대기업에 밀렸고, 작은 프로젝트가 몇 개 좌절되면서 직원들의 생계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정책이 보조금을 주는 데 그치고 있다”며 “지원금이 아니라 중소기업도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만으로 평가받고 살아남을 수 있는 산업구조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산업구조에서 창작분야는 여전히 등한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오양진 추계예술대학교 교수(문예창작과)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창작 관련 학과 학생들의 취업을 등한시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창작분야와 산업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창작인력의 감소는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호·김건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정은채 '반가운 손 인사'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