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세종시에서 일처리가 늦어지거나 서울에서 늦게 출발할 경우 KTX와 광역급행버스(BRT)를 번갈아 타야 한다. 그때마다 아득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공무원을 만나 “왜 KTX역을 바로 붙여서 만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면, “KTX역을 가깝게 만들면 공무원들이 이주하지 않고 서울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정말 그럴까. 세종시의 ‘미래’라고 불리는 이국의 한 도시가 그 답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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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천 산업부 기자 |
푸트라자야 입구에 들어선 순간 그 위용에 입이 쩍 벌어졌다. 초고층 빌딩과 웅장한 행정부 건물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이었다. 옆으로 흐르는 강물을 둑으로 막고 끌어와 도시 주변을 호수처럼 만들었다. 중앙대로 주변 등 곳곳에 조성된 공원과 습지를 포함한 녹지가 전체 면적의 40%에 달한다고 한다.
인파도 놀라웠다. 중앙대로 끝의 총리청 앞 광장은 시민과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광장에서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부모들은 담소를 나눴다. 얼마나 많은 차들이 몰렸는지 눈에 보이는 가까운 거리를 차로 이동하는 데 20∼30분이 족히 걸렸다.
그런 광경을 차창 밖으로 내다보며 “푸트라자야는 정착이 됐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마이크를 잡은 가이드는 “지금은 이렇게 사람들이 많지만 공무원들이 퇴근하면 유령 도시가 된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이렇게 멋진 도시인데, 공무원에게는 숲 속에 멋들어지게 지은 새 집을 공짜로 준다는데, 왜 그럴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문제는 정주 여건, 자족 기능이었다. 도시가 행정관청 위주로 발달해 일부 기업만 들어와 있는 상황이고, 상업시설 등 기반시설은 이제 건설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 푸트라자야에서 20㎞ 떨어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관광객도 모두 쿠알라룸푸르에 숙소를 정한다.
요즘 세종시에 가면 정부청사 인근에 들어서는 대형마트 건설공사 현장이 보인다. ‘이제야 사람 사는 도시가 되어가나’ 싶어 안심이 되고, 반갑다. 자족기능 확보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는 우리 정부는 푸트라자야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푸트라자야는 쿠알라룸푸르에서 30분이면 닿지만 세종시는 서울에서 2시간 거리다. 서울로 나올래야 나올 수 없는 공무원과 가족들이 세종시라는 ‘감옥’에 갇혀 산다는 생각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나기천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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