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된 감사 방안 마련 필요 올해도 국정감사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로 끝이 나버렸다. 국정감사는 대한민국 헌법과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의한 국회 고유의 권한과 기능 중 하나이다. 국회는 국정 전반에 관해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감사를 행하도록 돼 있으며, 본회의의 의결에 의해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올해 국정감사는 10월 7일부터 27일까지 20일간 진행됐다.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싼 국회의 공전으로 겨우 일정에 합의해 벌인 이번 국감은 사상 최대의 피감기관 수에도 불구하고 국감 스타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채 묵은 이슈를 재탕 삼탕하다 막을 내리고 말았다. 이처럼 정기국회의 주요 의사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가 그 취지가 갖는 국정수행에서의 중대함에도 성과관리 및 결산과의 연계 등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의 미비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신헌법에서 폐지됐던 국정감사가 1988년 제6공화국 헌법에 의해 부활된 지도 26년 가까이 흘렀다.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특별위원회나 상임위원회로 하여금 국정의 특정사안에 관해 조사를 시행하게 하는 국정조사와는 달리 매년 국회의 주기적 핵심기능인 국정감사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는 독자적인 정보력과 정책전문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헌법에 보장된 권능을 제대로 행사하기에는 역부족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행정부에 비해 열위에 있는 정보비대칭성을 극복하라고 만들어진 제도가 국정감사인 것이다.
국정감사와 관련하여 국정조사로의 대체나 상시 국감으로의 전환 등 제도 자체의 존립 및 개혁과 관련되는 논의가 끊임없이 있어 온바 이는 짧은 감사기간 동안 광범위한 대상과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감사가 어려운 점에 착안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상시 국감으로의 전환이 현 국정감사제도를 사실상 약화 또는 유명무실화해 국회 기능의 약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국정의 견제와 균형 측면에서의 감시와 통제라는 점에서 정책국감의 정착을 위해 전문적인 지원시스템의 구축과 예비조사제도의 도입 등 집중적이고 전문화된 감사가 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보다 시급하다.
갈등과 불신의 정당정치에 따른 국정혼란과 소모적, 비생산적 정쟁으로 의회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고 예산, 결산 심의는 물론 국정감사에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외부평가로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
기업인을 대거 불러놓고 호통만 치거나 답변은 10초 또는 서면으로 대신하라는 등 윽박지르기 식의 국감으로는 국감무용론을 극복하기 어렵다. 국정감사의 시기가 정기국회회기 중 20일간으로 고정돼 감사부담이 집중되고, 그 결과 수박 겉핥기처럼 부실하게 진행되는 점이 자주 지적된다. 보통 하루에 1개 기관을 감사하기 때문에 서면자료를 심층분석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심지어 하루에 5개 기관까지 감사하는 경우마저 있는데 이때에는 국회의원 1인당 5분 내외의 질의답변으로 감사가 종결되기 때문에 충실한 감사를 기대하기 어렵다.
상시 국감이 어렵다면 최소한 봄과 가을로 나눠 공공기관은 봄, 정부는 가을로 정해 심층적인 평가와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 중앙행정기관을 제외한 공공기관은 그 규모와 중요도에 따라 2∼4년의 순기를 정해 국정감사 대상기관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현안이 있는 경우는 예외가 돼야 한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는 헌법개정이 지난한 현실 속에서 국정감사의 환골탈태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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