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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디지털도어록, 노끈으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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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08 06:00:00 수정 : 2015-02-15 17: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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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김모(33·여)씨는 지난 주말 시댁에 다녀온 뒤 현관문에 달린 디지털도어록이 작동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 이리저리 방법을 찾던 중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관문 손잡이를 돌리는 순간 문이 열렸다. 디지털도어록은 여전히 작동되지 않고 있었다. 더욱 놀란 것은 김씨가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패물함 등이 나뒹굴어져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나서다. 패물과 서랍장에 넣어둔 현금 등을 몽땅 도둑맞은 것이다. 알고 보니 도둑이 카메라가 달린 장비를 우유투입구에 집어넣어 디지털도어록의 ‘문열림 버튼’을 열었던 것이다. 이런 식이면 디지털도어록을 여는 데는 고작 '1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는 "디지털도어록을 다는 이유는 단 하나 '보안'"이라며 "이렇게 손쉽게 열리는 줄 알았으면 비싼 돈을 지불해가며 설치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김씨처럼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보안의 이유로 디지털도어록을 선택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집안에서 성폭행 등의 범죄가 늘면서 디지털도어록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도어록이 100% 보안을 책임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우유투입구로 내시경을 넣거나 문을 부수는 등의 외부환경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집안으로 침입하려는 해킹세력들과 법 절차에 따라 문을 강제로 부수거나 디지털도어록을 열어야 하는 상황들도 벌어지므로 완벽하게 보안을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디지털도어록은 스마트폰으로 관리하거나 홈네트워크를 경비실과 연계하는 등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1차적인 외부침입까지는 막을 수 없어 디지털도어록을 향한 소비자들의 보안에 대한 맹신 및 관리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한편, 고급 아파트만 골라 선물포장용 노끈으로 디지털도어록을 해제한 뒤 귀금속을 훔쳐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아파트에 침입해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특가법상 절도)로 박모(37)씨와 이모(37)씨 등 3명을 최근 구속했다.

박씨 등은 2011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부산시내 고급 아파트 출입문의 디지털도어록을 해제하는 수법으로 침입해 모두 47차례에 걸쳐 5억3000만원 상당의 귀금속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범행수법은 전문적이고 은밀해 피해자 대부분은 절도를 당한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 박씨 등이 디지털도어록을 여는 데 사용한 도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실크 소재로 된 선물포장용 노끈이었다. 디지털도어록 내부로 노끈을 밀어 넣은 뒤 개폐장치를 건드려 출입문을 손쉽게 열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침입 흔적을 알기 힘들 정도였다. 이들에게 첨단 디지털도어록은 비밀번호 없이도 쉽게 열리는 철문에 불과했다.

이들은 사전에 전화 단자함을 이용해 전화번호를 알아낸 뒤 대포폰으로 전화를 걸어 빈집 여부를 확인한 후 유유히 범행을 저지르고 사라졌다. 박씨 등은 덧신과 장갑을 착용하고 주로 장롱 깊숙이 보관된 패물 등 귀금속만 골라 훔쳐 나왔다.

이런 수법에 ▲해운대구 ▲금정구 ▲북구 ▲사하구 등지의 고급 아파트 40여곳이 속수무책으로 털렸지만 이들이 검거될 때까지 피해 사실조차 모르는 가구가 많았다.

경찰은 이들에게서 압수한 범행 노트에 부산시내 100여곳의 아파트 현관문 비밀번호가 적혀 있는 것으로 미뤄 여죄가 많을 것으로 보고 계속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또 디지털도어록 제조회사에 이 같은 범행 수법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요청하기로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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