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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외롭고 불행했던 달마대사… 죽음 문턱서 독한 위로를 하다

입력 : 2014-10-07 20:28:46 수정 : 2014-10-07 20: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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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종 대가들의 마음 공부 다룬 수행서 잇따라 나와
역대 선사(禪師)들은 마음을 어떻게 다뤘을까.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 달마대사와 선의 황금시대를 이끈 황벽선사의 마음 공부를 파헤친 수행서가 잇따라 출간됐다. ‘흔적 없이 나는 새’(김영사)와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불광출판사)이 그것. ‘흔적 없이…’는 다루기 힘든 선어록을 쉽게 풀어써 선의 진수를 펼쳤고, ‘불행하라…’는 세간에 알려진 친숙한 인물과는 달리 달마를 고독하고 불행한 인물로 그려냄으로써 본래 면목에 더욱 다가갔다. 둘 다 삶이 버거워 길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이정표 같은 힘을 지니고 있어 주목된다.


◆웅연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묵화 ‘달마도’와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등에서 보듯이 달마대사는 신비로우면서도 친숙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실 속의 달마는 누구보다 쓸쓸했다는 것이 이 책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의 집필 동기다. 달마는 참다운 자기다움을 지키려 애썼고, 혁명을 꿈꾼 죄로 죽어야 했다. 이 책은 인간으로서의 달마를 복원하며 달마의 실체적 진실을 잡아보려고 애쓴 결과물이다.

달마는 남인도 팔라바 왕조 향지국의 왕자였다. 전법을 위해 527년 중국으로 건너갔으며, 소림사에 머물면서 교화를 펼치다가 536년 교단의 기득권 세력에 독살당한 것으로 돼 있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다’던 양나라 무제를 대놓고 나무라고, 스스로 팔을 자를 만큼 마음의 고통에 몸부림치던 2조(二祖) 혜가를 감화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지은이 웅연(본명 장영섭)은 불교계 대표적 글쟁이다. 그는 현대인은 살아도 허기진 삶, 욕망의 부속이자 체제의 파편으로 살아가는 외로운 존재들이라고 말한다. 달마 또한 1500여년 전 그 누구보다 고독하고 불행했던 사람이었다. 이 책에서 달마는 삶에 대해 헛된 기대나 희망을 부여하지 않는다. 오직 무심(無心)으로 삶을 관통하며, 지금 살아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진실이자 완성임을 당당하게 펼쳐 보인다.

대한민국의 오늘, 하루에 40명이 자살하고 있다. 지은이는 “그 사람도 살아냈다”며 지금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아직 달마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책에는 달마의 독한 위로의 메시지가 폭포수처럼 흐른다. 달마는 “경전을 달달 외우더라도 성품을 보지 못하면 어리석음을 면하기 어렵다”며 절 안의 책벌레들을 골렸다. 성욕을 끊지 못해 고민하는 속인에게도, 무수한 살생의 죄업으로 천벌을 받을까 떠는 백정에게도 “견성하면 단박에 부처”라며 면죄부를 줬다.

“‘나’라고 하는 관념이 추레하고 버거운 까닭은 그것이 남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남들의 눈에 비친 나’, ‘남들보다 못난 나’, ‘남들의 눈에 들어야 하는 나’ 등속의 속절없는 번민을 유발하는 탓이다. 이에 반해 ‘달마’는 ‘나’에게 얽매이거나 ‘나’를 따로 설정하지 않는 무아(無我)를 딛고 서 있다.”(37쪽)

“생각이 많으면 웃음이 적다. 웃음이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몰입도가 높은 사람이다. 하여 무심은 허심(虛心)이라기보다는 뚝심이다.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동요하지 않는 것이다.”(121쪽)

“죽도록 아프고, 미치도록 괴로울 때에야 진짜 삶이 된다. 죽음의 문턱이 사실은 생명의 절정이다.”(171쪽)

이 책은 4장 20꼭지로 돼 있다. ‘대도는 무문이어서, 울고 짜고 할 구멍이 없다’ ‘마음이 불안하면 헛것이 보이고 조금 더 불안하면 유일신이 보인다’ 등 펄떡거리는 제목만 봐도 일독의 충동을 느낄 만하다.

◆수불 스님 ‘흔적 없이 나는 새’


“많은 분들이 강의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들다고 해서 도전해 봤습니다.”

이 책은 수행과 행정 이력을 겸비한 부산 범어사 주지 수불(61) 스님이 중국의 대표적 선어록 ‘전심법요(傳心法要)’를 쉽게 풀어 쓴 수행지침서다. 원문과 번역, 해설이 함께 배치돼 있다. ‘전심법요’는 당나라 최고 지성으로 꼽히는 배휴(797∼870) 거사와 스승 황벽(?∼85) 선사가 마음에 대해 묻고 답한 것을 기록한 것인데, ‘마음이 곧 부처’라는 선종 종지인 일심법(一心法)을 가장 논리적으로 드러낸 조사어록으로 꼽힌다. 전심법요는 한마디로 ‘마음으로 전한 법의 요체’로, 존재 이전의 실상을 소개하고 있다. 수불 스님은 집필에 앞서 중국을 직접 방문해 배휴와 황벽의 발자취를 가슴으로 느꼈다고 한다.

“말이나 글은 주워담을 수 없는 것이어서, 지극히 정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간화선을 보편화시키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었습니다.”

당(唐) 말기 강서성 종릉의 관찰사로 부임한 배휴는 임제 스님의 스승이자 육조(六祖)의 5세손인 황벽 선사를 만나 도를 묻고 깨달음을 얻었다. 배휴는 스승의 가르침을 기억해 뒀다가 몰래 기록해 후세에 남겼으니, 바로 ‘전신법요’다. 당시 배휴는 황벽과의 첫 만남에서부터 깨달음을 얻었고, 가까이 모시면서 더 단단해졌다고 한다. 그만큼 황벽은 제자의 우문에도 눈높이에 맞춰 간명적절하게 대답해 줬다. 배휴는 정신적 스승을 통해 경전에도 없는 초월적 가르침을 얻었다.

“간화선이 어렵다고 해서 외면하는 건 모순입니다.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왜 선배들이 간화선을 올바른 수행이라고 했는지 생각해보고 직접 체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불 스님은 간화선을 지도할 때 그 목적을 충분히 이해시켜 본질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에 눈뜨게 한다. 그가 가진 종교관도 ‘절대진리를 가르쳐 주는 일’이라고 명확히 정의한다. 그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모름지기 수행자란 수행의 완성을 통해 복지에 눈뜨는 것이 좋다고 부연했다.

“새는 하루 종일 날아도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마음을 쓰는 것도 이래야 합니다.”

책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당대 선지식의 노력과 열정을 1200년의 시공을 넘어 오늘의 언어로 만나 삶의 지혜를 얻게 한다. 수불 스님은 1989년 부산, 서울, 창원 등에 안국선원을 열어 대중포교의 문을 열었다.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지도한 제자(출가자와 재가자)가 2만명을 넘는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to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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