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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춘의종교과학에세이] 쓰레기통 인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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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9 22:36:39 수정 : 2014-09-19 22: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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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페트병을 버리자 부착된 압축기가 스스로 부피를 줄인다. 가득 차면 자동으로 위생국에 신호가 전달된다. 쓰레기를 재활용과 일반으로 스스로 분리한다. 사람이 다가서면 자동으로 열린다. 이것은 ‘스마트 쓰레기통’의 기능이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을 먹으며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청년이 언론에 소개됐다. 그는 먹거리를 쓰레기통에서 구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기아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은데 음식을 낭비하는 것은 죄악임을 알리고자 한다. 쓰레기통은 사람을 깨우치는 ‘인격쓰레기통’의 역할도 한다.

흔히 사람은 사회적 동물, 경제적 동물, 언어적 동물, 생각하는 동물 등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때로는 ‘쓰레기 같은 인간’이란 말도 있다. 이는 ‘인격쓰레기’라 할 수 있다. 인격쓰레기를 생산하는 사람은 다양하다. 거짓을 일삼는 사람, 교만하며 안하무인의 사람, 중상모략하는 사람, 심정과 인격을 유린하는 사람, 막말하며 쉽게 혈기를 부리는 사람, 억지주장을 하는 사람, 이기적이고 공금을 남용하는 사람, 공갈협박하며 직책과 권한을 남용하는 사람,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수단화하는 사람.

사람들은 인격쓰레기를 쉽게 만든다. 때로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만든다. 인격쓰레기는 마음에서 형성돼 언행으로 나타난다. 인격쓰레기는 집, 사무실, 회의실, 교실, 국회의사당, 법정, 병원, 시장, 길거리, 공원, 운동장 등 거의 모든 장소에서 매일 쏟아진다. 인격쓰레기는 갈등, 투쟁, 분열, 파괴 등을 가져온다. 고통과 불행을 가져온다. 범죄, 가정파괴, 탈선, 살인, 자살 등을 유발한다.

김진춘 청심대학원대 총장
우리는 인격쓰레기를 줄이고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일 주변에서 발생하는 인격쓰레기를 담을 인격쓰레기통이 더 필요하다. 오랫동안 형성된 습관 때문에 인격쓰레기는 쉽게 줄어들지 않고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격쓰레기를 수집하고 정화해 재활하는 스마트한 인격쓰레기통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인격쓰레기통이 되기를 꺼린다. 쓰레기를 쉽게 만들지만 쓰레기통 역할은 싫어한다. 왜냐하면 휴지와 같은 인격쓰레기가 있는가 하면, 쓰레기통을 긁어 상처주는 깨진 유리조각 같은 것도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쓰레기통에 구멍을 내며 타고 있는 담배공초 같은 인격쓰레기도 있다. 혹은 화학물질을 쏟아내는 오래된 건전지와 같은 것도 있고, 악취를 풍기고 세균과 구더기가 득실대는 썩은 음식물 같은 것도 있다. 뿐만 아니라 쓰레기통은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지 않는, 알아주지 않는 방구석, 부엌 구석, 책상 아래 등에 위치한다.

쓰레기통은 누가 보든 말든, 알아주든 않든 묵묵히 상대방을 위하고 전체목적을 위하는 참사랑과 같다. 인격쓰레기통은 겸손, 겸양, 배려, 이해, 용서, 인내, 정직을 요한다. 사람들은 인격쓰레기통의 역할보다는 대접받고, 칭찬받고, 자랑하고,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인격쓰레기통의 인생은 오히려 보람 있고, 마음에 자유와 평화를 준다. 고통을 넘어 행복과 기쁨을 준다. 혼탁한 세계는 쓰레기를 만드는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쓰레기통의 역할을 하는 삶을 살 것인가를 반추하게 한다.

김진춘 청심대학원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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