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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번째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펴낸 최영철 시인

입력 : 2014-09-18 19:42:33 수정 : 2014-09-18 19: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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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으로 일 떠나는 아들에게
못난 아비가 무언가 주고 싶었다”
최영철(58·사진) 시인이 열 번째 시집을 펴냈다. 이른바 중앙 문단의 잘 알려진 출판사에서 내지 않고 부산의 상징적인 출판사 ‘산지니’를 선택했다는 점, 등단 30주년에 냈다는 사실이 그동안 낸 시집과 다르다. ‘금정산을 보냈다’는 시집 제목에서도 부산이 상징적으로 보인다. 부산과 양산에 걸쳐 있는 금정산은 서울 남산 같은 부산의 얼굴이다. 표제작의 사연도 뭉클하다.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100번 넘게 취직 원서를 냈다가 어렵사리 한 기업에 붙었다.

요르단 근무라는 취업 조건이 아비의 마음에는 걸렸지만 아들은 두 말 없이 ‘서역’으로 떠났다. 아들을 공항에서 보낸 뒤 집에 돌아와 단숨에 써낸 시가 그 시란다. 아비를 믿었더라면 여유를 가지고 다른 곳을 좀 더 알아볼 수도 있었을 터인데 가난한 부모를 둔 탓에 훌쩍 떠났다는 자괴감이 시인의 가슴을 죄었다고 한다. 이렇게 썼다.

“언제 돌아온다는 기약도 없이 먼 서역으로 떠나는 아들에게 뭘 쥐어 보낼까 궁리하다가 나는 출국장을 빠져나가는 녀석의 가슴 주머니에 무언가 뭉클한 것을 쥐어 보냈다 이건 아무데서나 꺼내 보지 말고 누구에게나 쉽게 내보이지도 말고 이런 걸 가슴에 품었다고 말하지도 말고 네가 다만 잘 간직하고 있다가 모국이 그립고 고향 생각이 나고 네 어미가 보고프면 그리고 혹여 이 아비 안부도 궁금하거든 이걸 가만히 꺼내놓고 거기에 절도 하고 입도 맞추고 자분자분 안부도 묻고 따스하고 고요해질 때까지 눈도 맞추고 (…)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네가 바로 그것이라고 일렀다 이 아비의 어미의 그것이라고 일렀다”(‘금정산을 보냈다’)

신문 칼럼에 이 시를 인용했는데 아들과 알고 지내던 요르단 한국 대사관 사람이 이 시를 읽고 아는 체를 하여 생색이 났다고 한다.

동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강수걸 ‘산지니’ 대표와 서울에 올라와 기자들과 만난 시인은 “시가 아무리 쓸모없는 시대라지만 시가 아니면 어떻게 금정산을 통째로 보낼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번 시집은 산지니 출판사에서 시선집 시리즈를 내기로 하고 기획한 첫 시집이다. 지방 문단에서 확고한 지역성을 기반으로 전국구를 지향하는 의미 있는 기획인 셈이다.

최영철은 부산에서 내내 살다가 2010년 이윤택 연극 집단이 터를 잡은 김해로 들어갔다. 지금은 창작집단과는 떨어진 외진 촌락에 살고 있다는 그는 “시골로 들어가니 힘이 생기고 새로워진 느낌”이라며 “도시에 살 때는 잘 몰랐는데 강 건너에서 보니 도시의 문제들이 오히려 잘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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