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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절차·잦은 에러… 속터지는 '나이스'

입력 : 2014-09-02 20:01:18 수정 : 2014-09-02 22: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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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걸려 가입 했더니 학교 승인 받는데 또 2∼3일
가입자수·활용 클릭수 급감, 당국 “안전 위해 간소화 어려워”
‘직장맘’ 배모(42·여)씨는 최근 아들의 학교 생활 정보를 얻기 위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에 접속하려다가 울화통이 치밀었다. 배씨는 아들의 성적표에서 나이스에 접속하면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는 글을 보고 바쁜 와중에 짬을 냈다. 하지만 오류가 계속 발생해 ‘학부모 서비스’ 가입에만 2시간 이상을 허비했다. 더욱이 학교의 승인을 받는 데 2∼3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했다. 배씨는 “학력이 낮거나 먹고 살기 바쁜 학부모들이 이용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육부는 2006년부터 나이스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초·중·고등학생의 학사일정과 성적, 급식식단, 교사의 인사기록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접속장애와 해킹이 발생하자 교육부는 2011년 문제점을 보완해 ‘차세대 나이스’를 선보였다. 그렇지만 새로운 시스템 역시 잦은 오류 발생과 번거로운 가입 절차로 학부모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1일 세계일보가 교육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차세대 나이스 가입 학부모 수는 2012년 33만7931명에서 2013년 27만1350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7월 중순까지 9만3394명이 가입하는 데 그쳤다. 가입한 학부모들의 활용 정도를 나타내는 메뉴 클릭 건수도 2011년 5070만여건에서 지난해 3000만여건으로 대폭 감소했다.

고교생 아들을 둔 이모(46·여)씨는 “공인인증서가 있으면 간단하게 가입이 된다고 하지만 그래도 1시간 가까이 걸린다”며 “가입한 뒤에도 자료 업데이트 상태를 알 수 없어 수시로 접속해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연령대가 있다 보니 시스템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고, 최근에는 에듀팟과 독서종합시스템 등이 포함되면서 너무 복잡해졌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나이스 도입 당시 520억원, 차세대 나이스에는 9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이용자 감소 이유를 찾고, 이를 활성화하는 데는 손을 놓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나이스 가입자와 이용률에 대한 자료 요구에 “나이스 도입 초기에는 예산이 투입됐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했으나, 현재는 안정화 상태라 데이터를 집계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개공개를 통해 이용률 감소가 확인된 후에야 이 관계자는 “컴퓨터 사양이나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서 가입 중 에러가 발생할 수 있지만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다 보니 이를 간소화하기도 쉽지 않다”며 “정보 열람을 의무화할 경우 불만이 나올 수 있어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권고만 할 뿐 강요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해명했다.

심성보 부산교육대학 교수는 “정부가 학생들의 인권침해와 정보 유출 위험성까지 무릅쓰고 나이스를 추진했지만, 정보 접근성의 빈부격차가 발생해 교육 정보를 공개하고 학교를 투명하게 운영하겠다는 기존의 취지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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