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이 쿠데타를 꾀했다는 ‘이순신의 반역’에 이어 ‘이순신의 제국’을 펴낸 작가 유광남(55)은 “임진년 당시 선조의 조정에서는 수군 폐지를 검토했다. 그것이 이뤄졌다면 이순신이라는 위대한 해군 장수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순신의 제국’은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 요소를 퍼즐 맞추 듯한 작품이다. 그러나 유씨는 이 소설이 판타지물로 분류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역사 판타지가 아니라 판타지적 역사라고 강조한다.
현시점 대한민국은 조일전쟁(1592~1598) 당시와 매우 흡사하다고 본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다. 역사를 통해 지도층의 잘못을 반성하게 하고,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믿는다.”
‘이순신의 제국’에서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활약한다. 가장 시선을 끄는 인물은 항왜, 즉 조선에 항복해 조선을 위해 일본과 싸우는 사야가, 준사, 서아지 등이다. 이들은 이순신의 제국을 완성하는 데 동참한다.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소생은 선인(仙人)이 되고, 자신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소생은 거품이 됩니다. 그저 나라를 위한 정치를 한다면 소생은 범인(凡人)이 됩니다’는 자칭 선인 ‘정 도령’도 등장한다. 새로운 조선을 경영하고 싶은 광해군 이혼은 ‘올바로 사용하는 권력은 아름답습니다. 길을 잃은 권력은 혼란스럽습니다. 백성을 기망하는 권력은 추악한 것입니다’라며 이순신과의 한 판 권력대결에 뛰어든다.
이순신은 ‘나는 말이요…. 왕권의 올바른 교체를 원하오. 어느 누가 왕이 되어도 백성을 진심으로 섬기는 왕, 강한 나라를 유지할 수 있는 왕, 백성들이 존경하는 왕, 그 백성들이 편안하고 부유하게 살아가는 나라를 다스리는 왕! 그런 왕이 되고 싶은 겁니다.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지요. 피를 보아서도 안 됩니다. 이것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절대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12척의 판옥선으로 330척의 왜선을 상대했던 명량해전은 가능했던 것이었습니까? 정치는 조화입니다. 정치를 하는 우리들이 목표를 정하여 조합하면 그런 나라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나 이순신의 정치철학입니다. 개벽의 목표이며 이순신의 새 하늘, 이순신이 꿈꾸는 나라입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절규한다.
‘이순신의 제국’에서 조선 왕조를 지키려고 노심초사하는 불쌍한 왕 선조는 아들 광해군에게 속삭인다. ‘아비는 이순신이 두렵다.’ 선조는 ‘백성들을 제압할 수 없는 권력이라면 그것은 이미 권력이 아니다. 그러나 이순신이란 놈은 권력으로도 쉽게 해결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자를 따르는 권력 또한 매일매일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독하고 가장 외로웠던 왕은 자신의 비굴함에 울부짖는다. ‘더럽구나! 치욕스럽구나! 졸렬하구나!’
‘이순신의 제국’에는 의병장 홍의장군 곽재우, 칠천량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원균, 그의 아들 일당백 원사웅, 류성룡, ‘육지의 이순신’이라 불린 정기룡 장군 등 무수한 역사 속 실존인물들이 나온다.
“내 소설에서 이순신은 일본을 기습한다. 물론 역사적 사실과는 다른 허구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자연사하지 않는다. 전쟁의 원흉이 그런 평범한 죽음을 당한다면 극적 재미가 없다. 조일전쟁의 주범이라면 당연히 그 죄를 조선에 갚아야 한다.”
그렇다면, 도요토미는 이순신 장군에 의해 죽는 것인가? 유씨는 “우리 위정자들의 자세와 국민들의 염원이 투영될 수 있는 그런 소설이 됐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다”고 답했다.
“이순신 장군에게 대중의 관심이 이토록 집중된 것은 대한민국의 영웅부재 탓이라 생각한다. 사회지도층의 총제척인 책임의식 부재가 이순신 장군과 같은 책임감 최고의 스타를 원하도록 한 것 아니겠는가.”
‘이순신의 제국’은 2권까지 나와 있다. 제4권 또는 5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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