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체육의 요람인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선수촌을 이끌어 오고 있는 최종삼(66) 선수촌장은 “남은 기간 착실히 준비해 후회 없는 대회가 될 수 있도록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촌장은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잘 안다. 1970년대 유도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로 태릉선수촌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었다. 30년간 대학 강단에도 선 만큼 선수들의 눈빛만 봐도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린다.
최 촌장은 “세월호 참사로 국민이 허탈감에 빠져 있는 상태에서 브라질 월드컵 축구 대표팀도 기대에 못 미쳤다. 선수들이 국민에게 감동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아시안게임밖에 없다는 각오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을 한마음으로 묶어주고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은 경험칙상 오로지 스포츠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 부임한 최 촌장은 “사회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듯 선수촌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격려와 박수가 있다면 선수들이 더욱 흥이 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촌장은 선수및 지도자들에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선수단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걱정도 된다. 격려받고 성적을 내는 것보다도 성적을 내서 격려받도록 하자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태릉과 충북 진천선수촌에는 각각 402명, 189명이 합숙훈련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종목별로 선수촌 외에서도 맹훈련 중이다.
선수촌 내에서의 반복적인 훈련에서 벗어나 가끔식 갖는 촌외 훈련은 훈련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게 최 촌장의 지론이다. 테니스, 사이클, 요트, 스쿼시, 사격, 골프, 하키, 소프트볼 등은 대회가 열리는 인천에서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조정은 강원도 화천에서, 럭비는 전남 강진에서 훈련 중이다. 최 촌장은 조만간 촌외에 머물고 있는 각 종목의 훈련상태를 점검하고 선수들과 지도자를 격려하러 다닐 예정이다.
최 촌장은 “아시안게임이 12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선수와 지도자들 모두 자발적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대회 개막이 점점 다가오면서 선수들의 훈련 열기가 높아지는 걸 보면 5회 연속 종합순위 2위 지키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선수촌에 들어오면 누구나 저절로 애국심이 생겨 나 정신무장이 될 정도”라고 말했다. 최 촌장은 “국가대표는 태극마크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그 명예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선전을 당부했다.
그는“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지도자를 믿고 따라야 한다. 지도자들 또한 항상 깨어 있어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말보다 행동으로 앞장서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 선수들에게 부족함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늘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특히 식자재가 엄격한 검열을 통해 반입되는 태릉선수촌 식당은 웬만한 특급호텔을 능가할 정도의 식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과 스포츠 마사지 시설 등도 최상의 수준이다. 아시안게임 선수촌 입촌은 다음달 13일부터 가능하다. 하지만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필요에 따라 태릉에 머물게 했다가 아시안게임 선수촌으로 이동시킨다는 계획이다. 훈련시설이 태릉선수촌만큼 갖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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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삼 태릉선수촌장이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도 태극전사들은 선수촌에서 메달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땀을 흘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종목에 따라 훈련시간이 다르고 야간훈련이 요일에 따라 없을 수도 있지만 기상 시간만큼은 전 종목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고난도 기술도 체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최 촌장은 “종목에 따라 야간훈련을 일주일에 2∼3번 정도 한다. 하지만 펜싱의 경우 주말과 휴일 없이 일주일 내내 야간훈련을 한다. 펜싱이 세계 정상에 서는 데에는 남다른 노력이 있다는 걸 보고 느꼈다”고 말했다.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 격투기 종목들도 강도 높게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게 최 촌장의 귀띔이다. 야간에 팀 훈련이 없더라도 선수가 개별적으로 달리기 등으로 체력훈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장면을 볼 때마다 최 촌장은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한다.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는 최 촌장 스스로도 오전 5시30분 기상 때 바짝 동여 멘 운동화 끈을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풀지 못할 정도로 긴장 속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 촌장은 한국 선수단이 획득할 금메달을 4년 전 광저우 대회 때보다 대폭 높여 90개 이상으로 잡은 것은 막연하게 추측한 게 아니라 경기단체별로 목표를 엄격히 취합한 결과라고 말했다.
최 촌장은 “종합대회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성과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그동안 구슬땀을 흘린 만큼 목표는 반드시 이룰 것”이라고 호언했다. 아울러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우리 선수들이 음식이나 기후 면에서 적응하기 좋은 여건이다. 더구나 2년 전 런던 올림픽 때처럼 우리 선수들이 심판들에 의해 불이익을 당할 일도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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