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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돈맛 들인 홍대거리 예술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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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09 06:00:00 수정 : 2014-08-0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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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임차료에 줄줄이 짐 싸
문래·금천 등 외곽에 새 둥지
‘홍대앞 거리’가 젊은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지도 30여년이 지났다. 한류의 원조를 찾아 서울에 온 벽안의 외국 젊은이들은 2호선 홍대입구역부터 찾는다. 홍대앞 거리는 출판인들과 책방, 다방 등이 들어서면서 처음 만들어졌다. 가난한 화가들, 젊은 밴드그룹, 무대예술가, 안무가, 무명 작가 등이 쇄도하면서 지금의 거대한 홍대앞 거리가 형성됐다. 여기서 미완의 젊은이들은 문화적 기반을 쌓아 잔뼈가 굵어졌고 독특하고 자생적인 문화공간을 이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턴가 이들 원조 홍대 문화예술인들이 하나둘 떠나 새 둥지를 마련했거나 준비 중이다. 지금도 목요일 저녁부터 젊은이들로 꽉 차는 홍대앞 거리엔 그간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창작촌에 새로 일터를 마련한 사회적기업 ‘안테나’의 나태흠 대표의 얘기다. “벌써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나 식당이 들어오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큽니다. 이 일대에 특색 있는 가게들이 생겨난 지도 벌써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제대로 수익을 내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는데,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하나만 들어와도 타격이 심각할 겁니다.”

안테나는 본업인 디자인 작업과 함께 잡지 ‘문래동네’ 발간,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로그문’과 아트숍 ‘헬로우문’의 운영 등 각종 공동 예술 활동과 마을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활동이 5년여를 맞이하면서 사업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지만 아직도 자본의 입김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는다.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그들의 보금자리 홍대를 떠난 이유가 바로 자본 논리를 앞세운 상업화였다.

홍대거리가 북적인다는 소문과 함께 상업화는 놀라운 속도로 진행됐다. 이에 맞춰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어렵사리 홍대거리를 일궈놓은 문화예술인들은 비싼 임차료에 밀려 고전했다. 급기야 새로운 둥지를 찾아 하나둘 떠나고 있는 것이다. 홍대 인근의 상수동, 합정동, 망원동 지역의 특색 있는 상가들도 밀려나기는 마찬가지였다. 문래예술창작촌, 금천문화예술공장, 관악 남현 등 보다 임차료가 싼 곳으로 옮겨갔다. 강남구 신사동의 가로수길에 있던 이색 상가 또한 상업화에 밀려 저렴한 카페, 음식점들이 이면도로로 밀려나 ‘세로수길’을 이루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 등 공공기관의 예술인 지원은 적극적이다. 창작지원 등 수십만∼수천만원까지 지원 규모도 다양하다.

그러나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다양한 요구와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부응하기도 쉽지 않다. 지원 기간도 적다. 짧게는 수일∼수주일이고, 최장기간이 6개월, 1년이다. 이화신 경계없는예술센터 대표는 “지속가능한 예술활동과 창작촌의 성장을 위해 수년에 이르는 장기 지원이 필요하다”며 “예술작업공간과 철공소가 공존하는 생태계가 잘 무르익고, 장기적인 철학을 세운다는 측면에서도 필요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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