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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값 공개 외면하는 자동차업계 '꼼수'

입력 : 2014-08-04 19:54:14 수정 : 2014-08-04 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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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보호위한 ‘관리법’ 시행에도 대부분 기피
부품가격을 터무니없이 받는 것은 아닐까. 운전자들은 자동차 수리를 할 때 누구나 한번쯤은 이처럼 의심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정부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난 2일부터 업체 홈페이지에 부품가격을 공개하도록 했다.

하지만, 자동차업체들은 사실상 이를 외면하는 실정이다. 주요 자동차업체의 홈페이지에서 부품가격 조회 항목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심지어 회원에게만 공개하는 곳도 있다. 수입차 고가 수리비를 근절하고 소비자 알권리를 위해 마련된 부품가격 공개 제도의 처벌조항이 너무 미약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4일 자동차업체가 판매하는 부품의 소비자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자기인증요령에 관한 규정’(고시)을 개정해 지난 2일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공개 대상은 자동차업체가 판매한 차량에 쓰인 부품이며, 각 업체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최소단위로 가격을 공개해야 한다.

자동차 부품가격 공개는 수입차의 고가 수리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지난해 5월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해당 법은 그해 7월 공포·시행됐지만 업계 반발로 부품 가격 공개 조항 시행을 6개월 유예했다. 시행 예정일이 1월 중순이었지만 미뤄지더니 5월에야 국토부 고시가 마련됐다. 이때에도 3개월간 시행을 유예했고, 결국 지난 2일 공개가 시작됐다.

자동차 업체들은 법 시행이 다가오면 ‘준비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반발했지만, 막상 시행에 들어가자 소비자가 찾아보기 힘든 곳에 가격 공개 항목을 마련하는 등 ‘꼼수’를 쓰고 있다.

이날 수입차 판매 5위권 브랜드 가운데 홈페이지 첫 화면에 ‘부품가격’이라는 용어로 항목을 마련한 곳은 메르세데스-벤츠뿐이다. 하지만 벤츠는 두세 단계를 거쳐 가격 조회 항목에 접근할 수 있고 차종·부품그룹·모델은 물론 영문 부품명까지 기재해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수입차 1위인 BMW도 초기 화면에 부품 가격 조회 항목은 없고, ‘BMW오너’ 항목 등을 거쳐 들어가면 벤츠처럼 브랜드·시리즈·모델종류·부품구분은 물론 영문 부품명을 넣어야 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그룹 계열인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은 첫 화면에는 부품가격 항목이 없지만, 순정부품 항목을 찾아 들어가면 차량 모델별로 전체 부품가격을 공개했다. 5위 포드도 첫 화면에서 부품가격 항목을 찾을 수 없었다.

5위권 밖 수입차 업체들이 오히려 양심적이다. 도요타(6위)는 차량별 부품 가격을 일목요연하게 공개했고, 닛산(10위), 혼다(12위), 푸조(14위), 볼보(15위), 피아트(18위), 시트로엥(19위) 등 판매량이 미미한 업체들도 첫 페이지 화면에 부품가격 항목을 소개했다.

국산차도 소비자를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국내 완성차 5곳 가운데 첫 화면에 ‘부품 가격’ 항목을 만든 곳은 없었다. 현대차는 현대모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부품 가격을 공개하는데, 이마저도 회원에게만 서비스된다. 업계 1위인 현대차를 따라한 것인지, 쌍용차나 르노삼성도 부품 가격을 자사 홈페이지 회원에게만 공개했다. 쌍용차는 ‘소모품 정비가격’ 일부만 전체 공개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조항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앞으로 소비자가 찾기 쉬운 위치에 항목을 마련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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