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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명량'을 봐야 하는 이유 '셋'

입력 : 2014-07-22 18:11:48 수정 : 2014-07-31 14: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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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의 전설적인 해전 ‘명량대첩’이 스크린에 부활한다.

오는 30일 개봉 예정인 ‘명량’(감독 김한민, 제작 빅스톤픽쳐스,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은 정유재란 시기인 1597년 9월16일 발발한 명량해전을 다룬 최초의 영화로, 올여름 극장가 박터지는 한국영화 대전 그 중심에 서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왜 지금 ‘이순신 장군’인가. 아마 많은 이들이 이점을 궁금해 했을 것이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아마 많은 이들이 그 이유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김한민 감독의 굳은 심지, 배우 최민식의 압도적 카리스마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단 12척의 배가 330여척의 왜선을 어떻게 물리쳤는지 그 과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이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 그렇기에 감독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고, 무엇보다 수십여 권의 ‘난중일기’ 완역본을 독파하며 이를 기반에 둔 채 드라마적인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 역대급 해상 전투신 ‘61分’

액션, 멜로, 코미디를 버무린 퓨전 사극 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해전신에 무려 61분을 할애하는 정공을 택했다. 그만큼 해전신은 이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의 고민으로 시작되는 드라마가 전투신의 전과 후를 에워싸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였다.

제작진은 전라도 광양에 실제 바다 위 해전 세트와 ‘짐벌’이라 불리는 육지 대형 세트, 그리고 총 8척의 배를 실제 건조해 실감나는 전투신을 촬영했다. 울돌목(명량해협)에서의 거친 바다 위에서 배끼리 충돌하는 장면 등은 한국영화 기술의 놀라운 수준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줬다.

명량대첩은 실제 거북선이 등장하지 않는 전쟁이었지만,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거북선의 이미지와 환영을 이용하는 연출 센스를 발휘했다. 거북선은 명량대첩이라는 실화에 이순신 장군의 영웅성을 한층 부각시키는 판타지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셈이다.

“반드시 죽고자 한다면 살 것이고, 반드시 살고자 한다면 죽을 것이다(必死則生 必生則死).”

세계 전쟁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전쟁, 그리고 세계 명장들도 경의를 표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아직까지 우리에게 큰 울림을 남기는 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그의 리더십 때문 아닐까.

#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십

그의 싸움은 외롭기만 했다. 백의종군에서 벗어나 전세가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다시 수군통제사 자리에 오른 이순신 장군은 어떻게 부하들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었을까.

이순신 장군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투에 나서길 꺼려하는 병사들 앞에 스스로 최전선에 나서며 천하의 왜군 장수들 구루지마(류승룡 분)나 와키자카(조진웅 분)조차 두렵게 만들었다. 이 과정은 61분간의 해상 전투신을 통해 박진감 넘치게 되살아났다. 영화를 보고 나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적절한 분량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소 장황하다거나 지나치게 교훈적이라는 지적도 일부 있지만, 오락영화 일색인 현 극장가에 오랜만에 진지함으로 승부한 영화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반갑다. “이런 영화도 필요했다”는 김한민 감독과 최민식 배우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이다.”

바다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 천행이 아닌 민초들의 힘을 믿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은 굳이 다른 수식을 붙이지 않아도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최민식은 그동안 영웅으로만 알려졌던 추상적 이미지의 위인에게 숨결을 불어넣으며 드라마에 설득력을 더했다. 

# 최민식은 이미 이순신 장군이었다

최민식은 첫 등장신에서부터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나 ‘신세계’에서의 얼굴을 깨끗이 지워버린 모습이었다. 부드러운 듯 강하고, 강한 듯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그의 갑옷을 휘감는다. 

“아무리 잘해봐야 본전”이라는 그의 발언에서 이순신 장군 역을 맡기로 한 그 순간부터 시작된 고뇌를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등장부터 최민식은 완벽한 충무공의 모습이었고, 자신을 따르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까지 떠안으며 승리가 불가능해 보이는 전장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혼신의 연기로 표현해냈다. 존재만으로도 위대했다. 그게 최민식이 가진 힘이다.

류승룡과 조진웅은 이순신 장군과 대척점에 있는 왜군 장수 역을 맡아 묵직한 무게감으로 캐릭터 균형을 맞췄고, 진구(임준영 역)와 이정현(정씨여인 역), 그리고 김태훈(김중걸 역) 등은 민초들의 대표로서 배역이 결코 크지 않지만 영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했다. 

권율(이회 역), 노민우(하루 역), 오타니 료헤이(준사 역), 박보검(수봉 역) 등 젊은 배우들의 열연 역시 영화의 완성도에 큰 몫을 했다.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8분. 7월30일 개봉.

글 · 현화영 hhy@segye.com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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