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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넘나드는 네모 픽셀의 향연 상상은 무한대로

입력 : 2014-07-22 21:09:54 수정 : 2014-07-22 21: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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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으로 작업한 홍승혜 작가 8월 17일까지 작품전
“우리의 일상은 ‘네모’에 둘러싸여 있다. 주거공간인 아파트가 그렇고, 업무 공간인 빌딩들이 그렇다. 책, 책상, 노트북 컴퓨터, 휴대폰 등 생활용품도 예외는 아니다. 네모는 딱딱하고 규범적인 모습이지만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안정적 규범을 추구하는 ‘인간무늬’(人紋)라 할 수 있다. 컴퓨터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도 네모다.”

홍승혜(55·사진) 작가는 단순한 네모의 픽셀을 세포 분열하듯이 무한 반복, 확장해 작업한다. 그래서 ‘유기적 기하학’이다. 컴퓨터 포토샵을 이용해 작업하는 그는 프로그램의 기본 단위인 픽셀을 나열하고 새로 조합하고 분해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이미지를 끊임없이 생산해 낸다. 물감과 붓, 캔버스를 버리고, 포토샵에서 드로잉을 해 매체와 재료, 크기 등을 결정해 작품을 제작하는 식이다. 당초 회화를 전공했던 그는 물감으로 그릴 대상을 찾는 과정에서 방황하다 조형 자체의 형식적이고 구조적인 면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컴퓨터 그림판에서 색깔을 클릭하면서 놀다가 이거다 싶었다. 붓으로 하는 작업이 따라갈 수 없는 정밀함과 속도감에 빠져들었다. 정밀함은 비례를 극대화해주고, 속도감은 직관을 활성화해 상상력을 극대화시킨다.”

유기적이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한 픽셀들은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창틀이나 탑, 계단, 집 등의 이미지로 ‘증식’된다. 그는 과거의 이미지와 방법론을 돌아보고 변주하는 행위 또한 진화의 한 과정으로 본다. 1997년 초기 컴퓨터 드로잉에 기초한 실크스크린 작업은 잉크젯 프린트로, 2004년 벽화 ‘회상’은 알루미늄 패널로, 2008년 ‘온 앤 오프’(On & Off) 나무 조각 작품은 무채색 철제로 재현하는 등 작품은 평면과 입체, 재료를 넘나든다. 작가가 지난 10여년간 제작한 플래시 애니메이션 6편은 색을 빼 흑백으로 전환하고 한데 묶은 영상 설치 작업으로 거듭났다.

“작품과 공간과의 관계는 내가 타자와 맺고 싶은 관계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이 공간을 지배하지도, 공간에 지배받지도 않는 상태를 꿈꾼다. 그것이 조화롭고 균형 잡힌 상태라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세상사 모순을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 모순을 우선 있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8월17일까지 국제갤러리. (02)735-8449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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