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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총리님, 도와주세요”… 살신성인 소방관들의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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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20 23:02:46 수정 : 2014-07-20 23: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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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의 유족과 동료들이 어제 강원도 춘천 합동분향소를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소방관 처우를 개선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일부 소방대원은 정 총리 앞에 무릎을 꿇고 “총리님, 도와주십시오”라고 애원하기까지 했다. 가슴을 저리게 하는 애원이다.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놓고 보면 그들의 살신성인에 미안함마저 갖게 된다. 우리나라 소방관 한 명이 담당하는 국민은 1200명이 넘는다. 일본 820명, 미국 1075명을 크게 웃돈다. 주당 근무 시간은 56시간에 이른다. 장비는 또 어떤가. 재정 형편이 나쁜 일부 지역에서는 폐차 기한을 넘긴 구급차가 운영되고, 소방관들은 자기 돈으로 소방장갑을 비롯한 장비를 사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인력난에 장비난까지 겹치니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나섰다 숨지거나 다치는 소방관이 한 해 300명을 넘는다. 소방관의 직업 만족도가 바닥권이고 이직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 소방관이 영웅대접을 받고 동경 대상이 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소방관 4만명은 지방직이다. 관리직 300여명만 국가직으로 분류돼 있다. 급여 차이야 없지만 지방직은 국가보조금을 지원받기 어려우니 온갖 열악한 근무환경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처지에도 목숨을 걸고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소방관이 한둘이 아니다. 광주에서 추락한 헬기 조종사는 아파트와 학교에 충돌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도로변으로 헬기를 유도했다고 한다. 살신성인의 정신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3일 비번임에도 화재 소식을 듣고 달려와 구조작업을 펴다 목숨을 잃은 강수철 제주 서귀포 소방서 동홍 119센터장 사연도 우리를 숙연하게 한다.

소방관들을 더 이상 위험한 상황에 방치해둬서는 안 된다. 소방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고 장비를 현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직으로 묶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죽음을 무릅쓰고 재난 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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