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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좋은 친구들' 주지훈, 왜 이 남자에 주목할까

입력 : 2014-07-15 17:59:38 수정 : 2014-07-15 18: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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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다 보면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스타를 만날 때도 있고, 자신이 일반인과는 다른 스타라는 걸 온몸으로 애써 가르쳐주는 친절한(?) 스타를 만나기도 한다.

모델 출신에 훤칠한 키,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배우 주지훈(32)을 만나기 전까지는 아마 후자 쪽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조금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한껏 포장돼 노출되는 이미지만으로 그 인물에 대해 미리 단정 지어버리는 실수이자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주지훈을 실제 만나 보니, ‘스타이기 이전에 사람’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바탕에 깐 채 연기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인 매력이 그의 스타성을 더 부각시키는 듯 보였다. 자신의 삶을 또래의 친구들의 삶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고 말하며, 영화든 드라마든 그런 ‘공감’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말하는 그다.

영화 ‘좋은 친구들’(감독 이도윤)은 주지훈과 그런 점에서 맞닿아 있었다. 소위 말하는 남자들의 우정, 그 이상의 공감대가 영화 전체을 지배한다.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이런 작품 또 없겠다’ 싶었고, 감독과 스태프, 동료배우들의 열심히 마련해준 무대 위에서 정신없이 웃고, 울고, 또 놀았다.

# 주지훈을 다시 보다

영화를 이미 본 관객이라면 느꼈겠지만, ‘좋은 친구들’은 ‘주지훈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결코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지성, 이광수와의 협력도 좋았고, 연기력, 열정 어느 한 면에서도 부족하거나 기울어짐이 없었다. 그가 분한 인철은 현태(지성 분)나 민수(이광수 분)에 비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매사 적극적이며, 때로는 비열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진폭이 무척 큰 캐릭터였다.

“한 마디로 인간이 다 선할 수는 없잖아요. 저 개인에게 부정적인 면이 있다면 그것들을 거부하지 않고 인정하려고 해요. 인철도 마찬가지예요. 친구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마음은 그 누구에 비할 게 못 돼요. 그런데 또 그 안에는 비열하고 비겁하고 옹졸한 면도 있죠. 영화라는 게 어차피 인간사를 다루는 거잖아요. 그런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자체가 좋았어요. 인철이를 선역이다, 악역이다 구분 짓고 싶지 않은 이유죠.”

# 영화는 현실의 창

‘좋은 친구들’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세 친구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시련, 그리고 파국을 그린 작품. 아무에게나 쉽게 일어나기 힘든 우발적인 사건을 그리지만, 그 바탕에는 남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법한 평범한 일상의 디테일이 큰 매력이자 강점으로 다가오는 영화이기도 하다.

엔딩 역시 관객에 따라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는 ‘열린 결말’인데, 주지훈은 이 부분을 가장 주목했다.

“우연과 우연이 꼬리를 물면서 불행이 싹트는데, 이런 이야기가 과연 현실에서 벌어질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런데 엔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지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남자라면 누구나 현태, 인철, 민수 이 세 캐릭터 중 하나의 범주 안에는 들어갈 거라고 확신하거든요. 여자인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고요. 영화를 보며 지금의 인간관계, 남들이 보는 자신의 이미지 등을 반추할 수 있다는 걸 이 영화의 최대 장점으로 꼽고 싶어요.”

# 변신? 그게 뭔데?

2006년 드라마 ‘궁’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후, 매번 들어온 질문이 있다는데, 그건 바로 ‘변신’에 관한 거란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마 ‘마왕’(2007),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키친’(2009)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등으로 이어지는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는 거의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런데 주지훈은 변신에 결코 목말라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제가 연기한 배역들 사이에 간극이 꽤 벌어져 있던 건 사실이죠. 배우는 원래 자신이 갖고 있는 몇 가지 베이스 컬러를 상황에 따라 섞어 쓰는 직업이 아닐까요. 팔레트에 물감 섞는 느낌? 그건 너무 진부한 표현 같고.(웃음) 어쨌든 배우는 그런 거라 생각해요. 작품에서 캐릭터를 보여주는 직업이지, 제 자신을 보여주는 직업은 아니니까.”

# 진짜, 주지훈의 매력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좋은 친구’의 기준은 뭐냐고. 이에 “친구에게 돈을 빌리고도 갚을 능력이 있는데도 안 갚는 친구가 있고, 진짜 사정이 어려워서 못 갚는 친구가 있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더 친구로 생각하겠나?”라는 다소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저, 친구한테 돈 빌려준 적 많아요.(웃음) 그런데 어떤 사정에 처해 있는지 그런 게 다 보이거든. 이런 걸로 친구냐, 아니냐 구분 짓는 건 좀 치사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나한테 진심으로 다가오는 친구에게 더 정이 가기 마련 아닐까요. 한 마디로 저도 친구들과 선술집, 포장마차 다니면서 투닥투닥, 가슴도 퍽퍽 치면서, 욕지거리도 편하게 해대는 그냥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예요. 반면, 여자 친구들과 카페에서 맛있는 것 먹고 수다도 실컷 떠는 것도 좋아하죠.”

한 작품, 한 작품 계속될수록 그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매력은 아마 무궁무진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잠시 해봤다. 다음 작품은 민규동 감독과 함께하는 사극 ‘간신’이라니, 어쩔 수 없이 또 ‘변신’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솔직하고 쿨한 성격만큼이나 연기나 작품에 있어서도 관객들에게 꾸밈없이 다가가는 배우 주지훈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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