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무대인 옛 전남도청·경찰청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이 유서 깊은 건물 뒤편에 커다란 지하 중앙광장을 조성하고, 광장을 빙 둘러 최첨단 시설물을 배치했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제공 |
문화전당은 2004년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인 올해 10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옛 도청·경찰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드는 민주평화교류원을 비롯해 아시아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어린이문화원·아시아예술극장까지 총 5개 시설로 짜여진다. 서울 예술의전당보다 훨씬 큰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옛 도청·경찰청 건물 뒤로 땅을 깊게 파 중앙 광장을 만들고, 그 주위를 빙 둘러 다양한 시설을 지어 올렸다. 그래서 모든 건물은 1층이 곧 지하 3층 정도 깊이에 해당한다. 지하에 있어도 넓고 깊은 지하 중앙광장 덕분에 자연 채광이 충분히 가능하다. 앞서 고려대·이화여대 등이 선보인 일명 ‘지하캠퍼스’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다.
민주평화교류원은 5·18 관련 콘텐츠 개발·전시, 아시아문화정보원은 아시아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정보 수집이 각각 목표다. 문화창조원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작과 전시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아시아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알리는 공간이다.
아시아예술극장은 1200석 규모 대극장과 518석 규모 중극장으로 구성된다. 대극장은 비행기 격납고 모양을 본떠 지은 거대한 직육면체 형태의 건물이다. 전면의 커다란 유리문을 개폐해 마치 비행기를 격납고에 집어넣듯 관객들을 맞이한다. 문화전당 관계자는 “날씨가 좋을 때는 유리문을 완전히 열어 야외 공간과 통합해 최대 17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극장을 518석으로 한 건 5·18을 기리기 위해서다.
◆콘텐츠와 운영 주체는 ‘논란’
문화전당은 건물 완공 후 약 1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5년 9월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문을 연다. 물론 공식 개관 전에도 아시아 지역 문화예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은 꾸준히 진행한다. 당장 오는 9월25∼28일 열리는 ‘아시아 스토리텔링 축제’가 대표적이다.
문화전당은 연간 45∼48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150만∼16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아시아’라는 지역적 범위를 설정한 것이 자칫 콘텐츠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을 받은 최고 수준의 공연·전시에 이미 익숙한 시민들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외면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예술의 최대 소비층이 밀집한 서울 등 수도권에서 너무 멀다는 것도 약점이다.
아시아문화전당 내 예술극장 대극장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비행기 격납고처럼 생긴 이 건물은 1200석 규모이며, 전면의 유리문을 완전히 열어 야외 공간과 통합하면 최대 17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제공 |
개관 후 운영 주체를 놓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와 일부 정치권은 문화전당을 ‘국립기관’으로 유지해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문화전당 인력 규모가 420여명에 이르는 점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김성일 단장(1급)은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문화전당 운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광주=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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