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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준공 앞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

입력 : 2014-07-13 20:43:19 수정 : 2014-07-13 21: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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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현장에 국내 최대 문화공간… 격납고 모양 대극장 ‘압권’ 현재까지 1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한 광주광역시 아시아문화전당은 겉으로 봐선 높이 솟아오른 현대식 건물이 단 한 개도 없다. 지은 지 수십년 돼 낡은 3, 4층 높이의 옛 전남도청·경찰청 건물이 지표 위로 고개를 내민 유일한 구조물이다. 나머지 시설은 전부 지하에 있다. 그래서 대규모 공연장·전시장을 비롯한 모든 건축물의 꼭대기 옥상층은 인근 길거리와 높이가 같다. 시민들은 계단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탈 것 없이 평지를 걷다가 자연스레 문화전당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옛 도청·경찰청 부지에 문화전당을 조성하기로 결정한 뒤 이제는 문화재가 된 이 오래된 건축물들을 어떻게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시민들의 격론 끝에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래서인지 11일 찾은 문화전당 건립 현장은 지하로 숨은 현대적 구조물이 지상에 남은 허름한 옛 건축물에 ‘경배’를 바치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결코 잊어선 안 되는 역사가 있음을 상기시키는 듯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무대인 옛 전남도청·경찰청의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이 유서 깊은 건물 뒤편에 커다란 지하 중앙광장을 조성하고, 광장을 빙 둘러 최첨단 시설물을 배치했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제공
◆격납고 모양의 대극장 ‘압권’

문화전당은 2004년 첫 삽을 뜬 지 10년 만인 올해 10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옛 도청·경찰청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드는 민주평화교류원을 비롯해 아시아문화정보원·문화창조원·어린이문화원·아시아예술극장까지 총 5개 시설로 짜여진다. 서울 예술의전당보다 훨씬 큰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옛 도청·경찰청 건물 뒤로 땅을 깊게 파 중앙 광장을 만들고, 그 주위를 빙 둘러 다양한 시설을 지어 올렸다. 그래서 모든 건물은 1층이 곧 지하 3층 정도 깊이에 해당한다. 지하에 있어도 넓고 깊은 지하 중앙광장 덕분에 자연 채광이 충분히 가능하다. 앞서 고려대·이화여대 등이 선보인 일명 ‘지하캠퍼스’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다.

민주평화교류원은 5·18 관련 콘텐츠 개발·전시, 아시아문화정보원은 아시아 지역의 문화예술 관련 정보 수집이 각각 목표다. 문화창조원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모인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창작과 전시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아시아 문화예술의 현주소를 알리는 공간이다.

아시아예술극장은 1200석 규모 대극장과 518석 규모 중극장으로 구성된다. 대극장은 비행기 격납고 모양을 본떠 지은 거대한 직육면체 형태의 건물이다. 전면의 커다란 유리문을 개폐해 마치 비행기를 격납고에 집어넣듯 관객들을 맞이한다. 문화전당 관계자는 “날씨가 좋을 때는 유리문을 완전히 열어 야외 공간과 통합해 최대 17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극장을 518석으로 한 건 5·18을 기리기 위해서다.

◆콘텐츠와 운영 주체는 ‘논란’

문화전당은 건물 완공 후 약 1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5년 9월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문을 연다. 물론 공식 개관 전에도 아시아 지역 문화예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새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작업은 꾸준히 진행한다. 당장 오는 9월25∼28일 열리는 ‘아시아 스토리텔링 축제’가 대표적이다.

문화전당은 연간 45∼48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150만∼16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아시아’라는 지역적 범위를 설정한 것이 자칫 콘텐츠 빈곤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을 받은 최고 수준의 공연·전시에 이미 익숙한 시민들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하면 외면을 자초할 가능성이 크다. 문화예술의 최대 소비층이 밀집한 서울 등 수도권에서 너무 멀다는 것도 약점이다.

아시아문화전당 내 예술극장 대극장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비행기 격납고처럼 생긴 이 건물은 1200석 규모이며, 전면의 유리문을 완전히 열어 야외 공간과 통합하면 최대 170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제공
2015년 상반기로 예정된 KTX 호남선 완전 개통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문화전당 측은 서울과 광주가 1시간 반 거리로 가까워지면 수도권 방문객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

개관 후 운영 주체를 놓고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광주시와 일부 정치권은 문화전당을 ‘국립기관’으로 유지해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문화전당 인력 규모가 420여명에 이르는 점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김성일 단장(1급)은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문화전당 운영의 전부 또는 일부를 위탁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말했다.

광주=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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