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양이다. 애초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는 가축의 먹이와 땅의 거름이 되는 소중한 자원이었다. 그러나 자연으로 돌릴 수 없을 만큼 쓰레기가 늘어나자 골칫덩어리로 변했다. 이제 쓰레기는 발생부터 처리까지 전부 ‘돈’이 됐다.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의 저자 카트린 드 실기는 쓰레기와 평화롭게 지내려면 쓰레기를 덜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나는 쓰레기다. 그중에서도 제일 무시당하는 음식물 쓰레기다. 원래는 잔칫상의 주목받는 음식이었는데 버려진 순간 쓰레기가 됐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나를 재활용해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워낙 많이 나오는 데다 수분과 염분이 많아 쉽지 않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3일 오전 5시, 서울 송파구 삼전동의 주택가 한쪽에 놓인 음식물 쓰레기 전용용기에 담겨 있던 나는 수거차로 옮겨졌다. 주택가 수거 일정상 이틀 가까이 묵혀 있다 용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특히 한여름에는 쉽게 부패돼 악취가 나고 물이 줄줄 흐른다. 이런 나를 버리고 치우는 일이 고역일 것이다. 버린 만큼 돈을 내는 종량제가 1년 전 전국으로 확대된 뒤에는 수박 먹기는 아예 포기했다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2만여 가구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와 한차를 타고 나는 송파구 자원순환공원 안에 있는 자원화시설로 이동했다. 수거차가 처리시설의 투입구에 엄청난 양의 음식물 쓰레기를 토해냈다. 나와 함께 있던 플라스틱 통과 비닐, 휴지 등의 이물질도 같이. 지켜보던 기자가 속이 안 좋은지 살짝 구역질을 했다. 맛있게 먹고 난 뒤가 이렇게 처참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거다. 그래도 이곳은 다른 곳보다 굉장히 깨끗한 편이다.
나는 이물질 선별과 음폐수(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물) 제거 과정을 거친다. 수거된 음식물 쓰레기의 85%가 음폐수, 4%가 이물질이다.
올해부터는 음폐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에 음폐수는 바이오가스(메탄가스)를 만드는 데 이용되거나 하수처리장을 거쳐 하천으로 흘려보낸다. 바이오가스로 만들려면 돈도 많이 들고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시설을 짓는데 주민반대도 많다. 또 하천으로 흘려보내면 수질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나한테서 짜낸 물은 어딜 가나 골칫덩이다.
이물질도 문제다. 비닐이나 쇳가루 등 미세한 이물질을 골라내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나를 재활용해 사료나 퇴비로 만들어도 순도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재활용 사료를 먹은 닭이 장 폐색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시설의 한 관계자는 “기준을 통과한 사료라 해도 (동물이) 먹고 죽지 않는 수준인 경우가 많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찌고 말리고 식히는 과정을 거친 나는 단미사료라는 시큼한 냄새의 진갈색 가루로 모습을 바꾼다. 국내에서 연간 소비되는 사료의 7%가 나처럼 재활용 사료다. 그런데 문제는 영양가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종류의 사료를 2∼4배나 섞어야 동물에게 먹일 수가 있다.
또 나는 구제역이나 AI(조류인플루엔자), 광우병 등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되새김질을 하는 반추동물인 소와 사슴, 산양 등에게는 먹이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악덕업자가 있는 듯하다. 반추동물인 염소의 먹이로 재활용 사료를 사용하고, 이 염소가 시중에 유통돼 사람들 식탁에 올라갔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최근 AI가 발생한 울산의 한 농가는 신고도 없이 가열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닭 등의 먹이로 줬단다. 이곳의 비위생적인 환경이 AI 발생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는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돼지와 개 등에 먹여 수백 마리가 폐사하자 땅에 불법 매립한 사례도 적발됐다.
현재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은 사료화가 49%, 퇴비화가 43%를 차지한다. 염분이 많은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특성상 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어 퇴비로 주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나 퇴비로 재활용하는 것조차 추가적인 환경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걱정이 많다. 관련 업무를 오래 맡았던 한 지방자치단체의 간부는 음식물 쓰레기는 재활용이 안 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진수성찬, 접대문화가 도통 고쳐지지 않는 한국에서는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 음식물 특성이 달라 외국의 사례도 별 도움이 안 된다. 더구나 내년에는 또 한 번의 음식물 쓰레기 대란이 예고돼 있다. 6월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버리는 것이 금지된다. 음식물 쓰레기의 이물질을 최대한 낮추기 위한 조치다.
한 해 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2012년 기준으로 약 482만t이나 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20조∼25조원, 처리비용은 연간 9000억원에 이른다. 가정과 소형음식점에서 음식물 쓰레기의 70%가 나온다. 식량자급률이 50%에 불과한 나라임을 생각해볼 때 분명 과(過)하다.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의 이세걸 처장은 말한다. “자발적인 영역에만 맡겨져 있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정책적으로 더 강조해야 한다. 겨우 이게 음식물 쓰레기 문제의 대안이냐고? 맞다. 계속 처리에만 집중하다 보니 왜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부족하다.”
나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기 이전에 나를 어떻게 줄일지, 어떻게 버릴지 고민했으면 한다. 나는 어쩌다 쓰레기가 됐을까. 나도 결코 이런 일생을 원하지 않았다.
글=윤지희 기자, 사진=허정호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