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웹툰 활성화로 어린 작가들에 횡포 많아… 불공정계약 뿌리 뽑을 것”

입력 : 2014-07-06 20:23:55 수정 : 2014-07-06 20:23: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충호 한국만화가협회장 지난달 27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만화인’들이 대거 모였다. 바로 한국만화가협회(만협)가 마련한 ‘끝장 토론’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프로 만화가들은 물론 문하생이나 지망생도 참석해 만화계 안팎의 이슈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지난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충호(48) 만협 회장은 “새 임원진이 구성된 뒤, 우리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았다. 그런 만큼 그동안 우리 활동에 대해 평가하고 어떤 점이 미숙했는지에 대해 논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충호 회장은 최근 웹툰이 해외시장에서 문화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과 댓글로 작가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지난해 말 만협은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기존 낡은 운영방식에 대해 비판적이던 젊은 만화가들이 대거 만협에 가입하기 시작했다. 그 수가 곧 200여명을 넘어섰고, 지난 1월 제26차 만협 총회에선 이에 따른 극적인 순간이 연출됐다. 원로 중 한 명이 때가 되면 출마해 회장이 되던 관행이 깨지고, 치열한 경쟁 끝에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던 이충호 회장이 뽑힌 것이다. 이 회장은 전임 회장과 나이 차만 20살이 났다.

“전체 만화가를 대변하는 단체로서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많았어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만화계의 몸부림이 지난 선거에서 드러난 거죠. 사실 많은 분들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도 현재 전체 만화가 기준으로 보면 그렇게 젊은 편이 아니에요.(웃음)”

이 회장은 올해 만협의 주요 사업으로 ‘클린계약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끝장 토론’에서 만협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 참석자들에게 설명한 것도 이 사업에 대한 것이었다.

“만화가가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를 침해하는 불공정계약 문제를 어떻게 해서든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준비한 거예요. 당장 표준계약서 제작을 목표로 불공정 계약 사례들을 모으고 있는데, 아무래도 이런 부분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참여가 아직까진 적극적이진 않아요.”

최근 웹툰이 활성화되면서 만화가의 전체 연령이 점차 어려졌다. 이 때문에 계약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또 출판만화, 그중에서도 학습만화 쪽에선 매절계약(저작물에 대한 대가를 판매부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일괄 지급하는 형태의 계약) 관행이 이미 오랫동안 문제가 된 바 있다. 이 회장은 “학습만화의 경우, 출판사에서 기획을 하고 작가를 선정해서 그런지 더욱 불합리한 계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큰 성공을 거둬 시리즈로 나가는 몇몇 학습만화의 경우엔 만화가가 제기하는 합당한 대가 요구를 무시하고, 아예 다른 만화가로 교체하는 경우도 빈번해요. 이런 게 바로 만화가의 저작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폭력적인 계약에서 발생하는 문제죠.”

이 회장 또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역 만화가’다. 매주 목요일 포털 ‘다음’에 웹툰 ‘무림수사대2’를 연재 중이다. 인터뷰를 한 날이 마침 마감일이라, 밤새 작품을 마감하고 낮 동안 잠을 자다 나온 그는 기자에게 “만협 회장을 맡으면서 처음으로 만들게 됐다”며 ‘한국만화가협회 이충호 회장’이라 새겨진 명함을 수줍게 건넸다.

“만화가 일만 할 때는 마감이 끝나면 아무 일도 안 했어요. 며칠 쉬면서 머리를 비우고 재충전도 해야 새로운 스토리를 짤 수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좀 버거워요.(웃음) 목요일 오전에 마감을 하면, 작업 시작 전까지 모두 만협 일과 관련해 미팅이 잡혀 있어요.”

그는 1990년대 만화 ‘마이러브’, ‘까꿍’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만화가다. 당시 두 작품은 100만부 이상 판매되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출판만화 시장이 붕괴하면서 수년간 학습만화를 그리다 2007년 ‘무림수사대’로 웹툰 작가 변신에 성공했다. 만화계가 다양한 환경 변화로 급격한 부침을 겪었던 지난 20여년을 성공적으로 버텨낸 만화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제가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게 올해로 22년차인데, 회장을 맡은 건 이제 겨우 6개월 됐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힘든 게 ‘말’이에요. 만화가로만 지낼 때는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떠오르는 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거르는 데 애를 먹고 있어요.(웃음)”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엄현경 '여전한 미모'
  • 천우희 '미소 천사'
  • 트와이스 지효 '상큼 하트'
  • 한가인 '사랑스러운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