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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처방 마약은 무죄? 제 발등 찍은 檢논리

입력 : 2014-07-04 18:43:23 수정 : 2014-07-06 09:3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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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가수 2NE1 멤버 박봄(31)씨의 암페타민 각성제 장기 투약 사실을 알고도 입건유예로 봐주기를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건 모방 범죄다. 한국에선 불법이지만 미국에서 마약류를 복용한 뒤 귀국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결론 때문이다. 특히 지병 치료 목적으로 미국에서 대리 처방을 받아 국내에 약을 밀반입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논리가 성립해 유사 범죄가 잇따를 전망이다.

4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박씨를 입건유예한 배경을 설명하며 내세운 “미국에서 저지른 암페타민 각성제 투약은 무죄이고 한국에서 저지른 밀수 역시 치료목적이라 봐줄 만하다”는 논리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앞으로 국내 마약사범들이 검찰 해명을 근거로 마약류 밀반입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서다.

검찰 논리대로라면 밀반입 방식은 매우 단순하다. 미국에 들러 현지 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처방전을 받은 뒤 암페타민이나 대마초, 코카인 등을 흡입·투약하면 된다. 귀국 시에는 현지에 있는 지인들에게 마약류에 대한 ‘대리 처방’을 부탁하고 처방받은 약을 국제특송으로 한국에서 받으면 된다. ‘마약 택배’가 한국에 도착하면 미국에서처럼 투약하면 끝이다. 검찰에 걸리면 치료 목적이란 항변과 더불어 처방전을 제출하면 검찰은 박씨와 마찬가지로 풀어줄 수밖에 없다. 입건유예이기 때문에 범죄기록상 아무런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국내에선 전혀 색다른 직업이 등장할 수도 있어 보인다. ‘대리 처방 대행상’이다. 국내 마약사범들의 위탁을 받아 미국과 유럽 현지 병원을 돌며 처방전을 대신 발급 받아주는 업종이다. 이런 직업이 국내 형법에 위반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주범인 마약사범이 입건유예면 공범인 대리 처방 대행자 역시 무죄’란 검찰 주장에 따라 대리 처방 대행상 역시 무죄다. 이는 검찰이 박씨를 입건유예하면서 처방전 발급을 대리한 박씨 어머니 등에게도 무죄처분하며 내세운 논리다.

이런 추론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로선 미국행 비행기 표값과 미국 병원 진료비, 페덱스 비용, 대리 처방대행 수수료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신과 진료 패키지’를 내걸고 마약사범들을 모아 은밀히 미국을 다녀오는 여행상품이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다. 향후 상황은 이런 뜻밖의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크지만 검찰은 여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박씨에게 내린 입건유예 처분은 정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시각은 다르다. 검찰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에도 없는 조항 ‘입건유예’를 내부 규칙으로 만들어 ‘봐주기 수사’의 길을 터놓은 게 문제라는 것이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검찰의 박씨 입건유예 처분은 외국에서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에겐 완전한 마약의 자유를 주게 되는 것”이라면서 “검찰이 입건유예처럼 법 밖에 있는 권한을 행사한 건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준·이희경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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