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신어 등재 더 빨리… 디지털시대 진화하는 ‘옥스퍼드사전’

관련이슈 국어死전…맥끊긴 민족지혜의 심장

입력 : 2014-07-04 01:25:58 수정 : 2014-07-04 14:43:2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국어死전 맥끊긴 민족지혜의 심장] (5회)국어사전의 미래를 묻다 <끝> 영국 옥스퍼드영어사전(OED)은 영어문화권의 지식자산이 축적된 세계 언어사전의 제왕이다. OED 편찬과정 및 콘텐츠의 엄밀함과 방대함은 다른 모든 사전이 도달해야 할 목표 그 자체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격랑 속에서도 꼿꼿하게 방향을 잃지 않고 성공적으로 온라인 사전으로 진화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때문에 “OED 같은 국어사전을 만들자”는 것이 우리나라 사전 편찬자·학자의 공통된 꿈이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전, OED

OED의 역사는 1857년 영국 런던문헌학회의 자료 수집에서 시작된다. 오랜 사전 준비와 기획 끝에 1879년 시작된 편찬작업은 1888년 1권이 나오고 1928년 전 10권 완간으로 끝맺는다. 총 41만4825개 단어의 뜻을 역사적인 발생 순서에 따라 배열했으며 영어 문헌과 기록에서 약 500만개의 시기별 인용문을 뽑아 용례를 설명했다.

‘영어 어휘를 형성해온 단어들을 기록상 최초의 시기부터 현재까지 알파벳 순으로 정리하고, 그 어형과 역사적으로 변천되어온 단어의 의미 및 어원과 관련한 제반 사실을 수록한다’는 OED의 목표는 이후 증보판, 수정판 발간으로 이어졌다. 1933년 OED를 2권으로 줄인 축소판이 나왔으며, 1972, 76, 82년도에 4권의 증보판이 추가됐다. 1989년에는 총 20권짜리 전면개정된 OED 2판이 발간됐다.

당대 언어생활을 반영하려는 OED의 노력은 인터넷 시대에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OED 역시 인터넷·디지털 시대에 판매부수 감소로 사전 편찬인력 축소 등 작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OED 2판의 경우 지난 21년간 3만질 팔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OED는 디지털 혁명의 파고에 적극 올라타는 것으로 위기 극복을 시도 중이다. 2000년 3월부터 온라인판을 만들어 종이사전에 반영하지 못한 신어들을 등재하면서 과거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이에게 자사 사전의 업데이트 소식을 알리고 있다. 신어 수집의 경우 OED 편집진은 자사의 어휘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해 매월 1억5000만개의 영어단어를 수집해 사용량이 현저히 늘어난 단어들을 편찬자 70여명이 3개월에 한 번씩 온라인판 신어 목록(New words list)에 올리고 있다.

2012년에는 한국의 대중가요를 가리키는 ‘K-pop’이 신어로 채택돼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OED에 신어로 등재된다는 것은 그 단어의 생명력과 인기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OED는 연간 1500개 이상의 신어를 어휘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하며 추후 종이사전 개정판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사전이면서 신어를 받아들이는 태도도 개방적이다. ‘Oh My God’(어머나)를 줄인 ‘OMG’, ‘크게 웃어주다(laughing out loud)’를 뜻하는 ‘LOL’ 등 첫 글자를 따 만든 인터넷 조어도 상당수 표제어로 올렸다. 사랑(Love)을 뜻하는 기호 ♡, 즐겁다는 의미의 ‘:)’, 슬픔을 뜻하는 ‘:( ’ 등 감정 표현 부호까지 사전에 담는 파격을 보여주고 있다.

또 OED 홈페이지에 별도 코너를 만들어 이용자로부터 옥스퍼드사전에 올라온 표제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와 출처, 누락된 뜻풀이 등 어원 관련 제보를 받는 등 홈페이지를 통해 시대에 따라 의미가 바뀐 단어 뜻풀이를 계속 수정·보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전 편찬의 대중 참여는 OED의 오랜 전통이기도 하다. OED 초판을 편찬한 전설적인 편집장 제임스 머리는 “편찬진이 아직 검토하지 못한 책이나 자료를 읽고 인용문을 뽑아 달라”는 호소문을 영국과 미국, 호주, 캐나다 방방곡곡에 뿌렸고 그 결과 자원봉사자들이 보낸 인용구는 1년도 안 돼 36만장에 달했을 정도다. 

英 서점 한쪽 가득 채운 옥스퍼드사전 영국 잉글랜드 옥스퍼드셔 카운티 옥스퍼드대학 서점 내부. 비교적 좁은 공간임에도 서점 입구부터 1층의 절반을 10권짜리 대사전(OED)을 비롯한 각종 옥스퍼드사전으로 도배한 모습만 봐도 옥스퍼드사전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국립 도서관에나 가야 표준국어대사전을 구경할 수 있고, 일반 서점에서는 한 섹터도 차지하지 못하는 우리 국어사전의 위상과 대조적이다.
◆사랑받는 사전, 라루스·로베르

프랑스의 ‘라루스(Larousse)’와 ‘로베르(Le Robert)’는 ‘사전의 나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전답게 종이사전으로는 드물게 거의 매년 개정판을 내고 있다. 강력한 국어정책을 시행하는 나라답게 국정 사전에 위축되지 않고 민간출판사가 다양한 사전을 쏟아내고 있다. 동의어사전, 반의어사전, 속어사전, 은어사전, 전문용어사전, 구문사전, 작문사전, 동사활용사전 등 용도에 따라 사전의 종류가 다양하고 독자층도 넓다. 한 언어학자는 “사전 편집증에 걸린 듯하다”고 평했을 정도다.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과 교수는 “프랑스와 영국은 학습용 언어사전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사전시장과 달리 참조사전도 인기가 높다”며 “우리나라처럼 ‘아무나’ 보는 사전으로 만들어 ‘아무도’ 안 보는 사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목표 독자가 분명한 사전을 만들어 독자를 확보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가에서 만드는 사전과 민간에서 만드는 사전 역시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국가 사전은 올바른 언어 사용과 국민들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규범사전인 반면에 민간사전은 일반화된 오용 사례를 포함해 현대인이 쓰는 모든 언어를 개방적으로 등재하는 기술(descriptive)사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민간 출판사들이 다양한 사전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매년 가을 신학기가 되면 라루스와 로베르 사전은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다.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험이 작문과 논술로 이뤄지다보니 사전 찾는 습관이 성인이 돼서도 이어진다. 사전을 찾게 만드는 교육이 언어를 풍요롭게 만드는 프랑스의 문화를 만든 것이다.

특별기획취재팀=글/박성준·김수미·오현태, 편집/문효심, 사진/이제원·남정탁, 그래픽/김시은 기자 special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